산행/한강기맥
한강기맥 종주 6구간
하눌이
2009. 1. 8. 16:06
한강기맥 구간종주 6구간 산행일지
1. 산행구간 : 장곡치 - 구목령 - 봉복산 갈림 - 운무산 전 안부
2. 소 재 지 : 강원도 홍천군 내면,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3. 사용지도 : 1/50000 봉평(蓬坪) 청일(晴日),
1/25000 흥정(興亭) 진조(眞鳥) 둔내(屯內) 서석(瑞石)
4. 일 시 : 2001.07.07 - 2001.07.08 (1박 2일)
5. 날 씨 : 맑음
6. 교 통 : 25인승 전세버스
7. 참가인원 : 10명
구정회(Foglake) 구태균(NADA3) 김경림(greyeyes) 김상웅(warmguy)
이강섭() 인치성(inhjin) 정건순(JBJ0530) 정구현(백두주막) 정재무(별나라)
주양돈(하눌)
8. 산행일정
()은 계획상의 일정임
2001.07.07
17:10(16:30) 조금 넘긴 시각 양재동 서초구청앞 출발
21:00(20:30) (평창군 봉평면 화명동 착)
폐교 야양지 도착 - 도착 시간 아리송
- 홍천군 내면 자운리 창촌국교 원자분교
- 31번 국도에서 5백m 정도 들어선 지점이며
도장골 입구 약 1.3Km 전
2001.07.08
04:30(04:30) 기상 및 아침식사
06:15(06:00) 야영지 출발 (화명동 출발)
06:45 불발치
07:10(06:30) 장곡치 착 약 10분 후 출발
08:00 1087봉
08:45 1179.6봉 - 휴식 후 09:00 출발
09:25 1190 일대는 조릿대 숲으로 뒤덮여 있다.
09:35 전망대
10:15 오래된 헬기장
10:25 상태 양호한 헬기장
10:35(09:00) 구목령
11:10 구목령 출발
11:35 깔딱 올라섬
12:15(10:30) 1143봉으로 갈라지는 능선 삼거리
12:50 대장 만남,
13:45 식사 후 출발
14:10 덕고산 - 德高山 1125m
14:50(12:00) 1105봉(이 곳 직전 1073.1봉이 계획상 중식 예정지)
15:20 봉복산 갈림 삼거리 - 봉복산쪽으로 길이 뚜렷, 기맥은 흐릿
16:30 775봉 전 안부
17:30(15:30) 목적지 안부 도착
18:00(15:30) 삼년대 하산 완료 - 일행의 하산은 약 30분 이상 앞섬
18:50(17:00) 서울로 출발
22:05 곤지암 손순아 부부 마중
23:10(21:00) 양재도착
9. 후기
6구간, 참석인원 10명
왜 일까?
기맥은 매력을 더하는데 .......
종주 멤버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 못한 회원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아주 단촐한 식구다.
예정대로라면 우리는 이번 구간의 야영을 봉평으로 들어 그 안
골짜기에 화명동이란 지명을 가진 곳 어디에선가 했어야 했다.
한강기맥 종주를 기획하며 정했던 원칙중에 하나가 하산한 지점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의 어프로치이다.
그러므로서 기맥의 줄기가 품고 있는 좀 더 많은 것들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알고 싶어했던 것일게다.
그러나 구간이 진행 되면서 그 원칙을 반드시 지키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
이번 구간도 만약 화명동 어디에선가 장곡치까지 걸어서
접근을 했다면 계획했던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기맥을 이루고 있는 야생의 자연은 우리의 발걸음을 한껏 붙들고
늘어지기 일쑤다.
앞으로 진행계획에 잘 닦여있는 산길을 휘파람 불며 걷는 것과는
시간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5구간때 애자조가 불발치에서 임도따라 장곡치로 답사(?)하다가
지에무시 트럭에 몸을 싣고 도장골 방향으로 향했던 때의 기억을
더듬어 아마도 화명동쪽은 차가 접근할 수 없도록 통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차머리를 서석쪽으로 돌리게 했나보다.
지난달 하산했던 장골로 들어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는
도장골이 위치한 홍천군 내면 자운리 평화로운 골짜기로 들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폐교 운동장 한 구석에 둥지를 틀었다.
(폐교의 이름을 알려고 대문 기둥을 살펴보았지만 허사였다.)
위 일정에 기록한 폐교 이름은 지도상에 표기된
(그것도 최근 97년에 편집된 1:25000 지도에는 없으나 내가
갖고있는 86년 편집된 1:5만 지도에는 있음)
국민학교 분교가 바로 우리가 머문 곳일 것이라는 추측일뿐이다.
&
서초구청 4시 반 출발에 거의 시간을 맞춰 도착했건만 늘
모여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다. 두진관광 버스는 있는데...
'어! 뭐 이래'
'5시 출발인가 ???'
잠시 헷갈리다 길 건너에 일행이 모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예상치 않았던 메사랑, 여우가 마중을 나왔다.
헌데 나우테스의 옷차림이 좀 어설프다.
알고보니 가지 못할 사정이 생겼는데 내 대신 찌게준비를
해오느라 코펠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런 고마움이....
옛말에 음식 받은 그릇은 빈 그릇으로 돌려주는 것 아니라는데...
조리풍이라도 가득 담아 드리리다.
변함없이 서초구청 그 자리에 막걸리를흘리고 좀 늦은 일행의
도착과 함께 술자리는 차안으로 이어진다.
길 막힘의 답답증을 좀 덜고자 이길 저길 들먹이며 단촐한
식구는 마냥 즐겁다.
원샷은 지난 구간때를 생각하는지 술잔을 사양하다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한잔 두잔 원샷을 하더니 어느새 혀가
꼬불거리는 것 같다.
치성님의 간청에 의해 춘향가 한 대목을 뽑아 제킨다.
원샷의 언행에는 어딘가 모르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살짝 투정(?)을 부릴 때에 말투와 행동 그리고 표정이 일품이다.
계속 함께 산행하고픈 참 재미있는 일행이다.
기맥은 구간을 더할수록 서울로 다가서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교통지옥만 아니라면 얼마나 여유로울까...
하남시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 홍천으로 이어지는
시원스런 도로를 질주한다.
홍천 지나 공작산 들머리 어디쯤에선가 서초구청부터 들이
부은 것을 대충 정리 좀 하려는데 마땅치가 않아 최대한 볼썽
사납지 않게 이곳 저곳에 열중쉬어를 하지만 ......
&
어둠이 짙게 드리운지 오랜 시간.
조용하기만 하던 폐교는 느닷없는 객들의 출현으로 소란이 인다.
대장은 폐교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주인장 마나님으로부터 하룻밤
유~우 할 것과 식수 사용의 허락을 어렵사리 받아냈다 한다.
5구간때와 같이 패를 가를일이 없는 단출한 식구들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와 반주를 즐기며 세상 시름을 잊고 있다.
요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날 며칠을 잠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종주산행도 사실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낙주담소하는 일행들 틈을 잠시 벗어나 학교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
앉으니 어둠속에서도 흐르는물결의 일렁임이 희미한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어 개울물이 꽤나 깊게 느껴진다.
다시 일행에게 돌아오는 길에 학교 출입문 기둥을 어루만지며
살펴 보았지만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아직도 힘겨워 하고 있을 집사람 생각에 전화를 건다.
'미안해, 이렇게 혼자만 한가로워서'
'안하던 소리 하는 것 보니 한잔 하셨구먼?'
'응, 피곤해서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다 미안하기도 하고 ....
뭐 그래서 전화했어'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내몸을 짓누른다.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을 뿐이다.
11시쯤인가 슬며시 비박색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누워서 잠시 밤하늘을 응시하니 몇개의 별이 나를 지켜주겠단다.
누운 내 육신이 땅속 깊숙이 쳐 박히는 듯 한없이 늘어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어김없는 기상시간
어둠이 걷혀나가며 어둠속에 숨을 죽이던 시골 학교의 정겨운
모습들이 꽤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잠자리를 걷고 아침준비를 하는 등 바삐 움직이는데 대장이
코피를 쏟았단다.
대장에게 요즘 경사가 있었는데 그 값을 치르느라 낮고 밤
가릴 것 없이 바쁜 나날들에 지쳐있다고 한다.
산행준비는 계속되는데 텐트속에서 끙끙 앓는 소릴 해댄다.
처음에는 누가 아직도 안 일어나고 저러고 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대장이 많이 아프단다.
조금 전 코피를 쏟더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모양이다.
일행들이 모두 말 수가 적어진다.
대장이 아퍼서 누워 있으니 모두 걱정스러운 눈치다.
'이거 오늘 산행을 해야 되나 ??'
뇌까려 본다.
얼굴에 물좀 바르려고 어젯밤 잠시 머물렀던 그 개울가에
나가는 데 경림이가 대장에게 설탕물을 타 먹이겠다며 아직 기침
전인 것 같은 마을 민가를 기웃거리더니설탕을 얻어 온다.
참 고마운 마음이다. 여성으로서 모성애가 발동한 것일까.....
열이 많을 것 같아 비상약으로 갖고 다니는 해열제를 꺼내
경림이에게 건넸다.
산행 봇짐을 꾸리는데 원샷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놓으며
무거워 못가져 가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경림이 준비한 먹거리들이다.
나를 비롯 한두사람이 나누어 챙겼다
그런 와중에도 조용히 산행준비는 완료되어 대장과 경림이를 남겨
놓은 채 버스에 올라 장곡치로 향한다.
불발치를 넘어 장곡치로 가는 길가 농촌의 풍경은 평화롭기만하다.
널찍한 밭들이 농부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정갈한 느낌마져 준다.
백두 11구간때 야영지에서 닭목재로 이동하며 보았던 짙은 갈색의
잘 다듬어진 감자밭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구불대고 오르는 임도는 상태가 양호하다.
5구간 때 애자조가 지에무시(GMC ?) 트럭을 타고 즐겼던 그 길이다.
구현이가 앞에 앉아 안내를 한다.
그렇게 길지 않을 것 같은 길은 예상보다 한참을 오른다.
불발치는 바로 지난달의 모습 그대로이나 좀 비좁아 보인다.
그 당시엔 산길에서 빠져나왔기에 넓게 보인 착시 현상이었나 보다.
다시 화명동으로 내려서는 길에 접어드니 길이 좀 비좁아지고
노면도 별로다.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갈 수밖에 없다.
5구간때 애자조가 무심코 지나쳤던 삼거리에서 장곡치까지 가는 길
상태가 어떤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버스는 언덕을 차고 오른다.
길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올라선 장곡치에는
한달전에는 없던 깨끗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버스는 생곡리로 내려가면 좋으련만 길을 가로 막은 고목으로 인해
다시 되돌아 가야만 했다.
그런데 원샷이 내리질 않고 되돌아 가겠단다.
그러면서 또 한번 봇짐에서 먹거리들을 꺼내 놓는다.
재무와 같이 이것 저것 또 챙기다 보니 내 봇짐이 묵직해졌다.
이거 몸도 상태가 별로인데 무리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버스가 막 출발했는데 고기를 원샷이 갖고 있다며 재무가 달려가
차를 세워 고기를 받아오고야 산행은 시작이된다.
&
임도를 좀 따르다 능선에 붙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바로 붙는다.
몇발짝 옮기니 다시 임도로 내려서야 했다.
잠시 낄낄대며 내려섰다 곧 바로 능선에 다시 붙으니 제법 뚜렷한
길 흔적과 잔디밭 표지기가 반긴다.
잡목이 어느 정도 성가시지만 그리 심하진 않다.
선두에서 1087.3봉을 향해 오르는데 몸이 많이 무겁다.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발걸음은 천근만근.
오늘 이러다 탈출 하는 것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땀을 쏟고 나면 좀 개운해 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진행을 하다가 너무 힘이들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두세사람이 잠시
장운동을 하기도 한다.
다시 정회가 선두로 나서며 출발한다.
오로지 잡목만이 성가시게 하는 특징이 없는 기맥줄기를 한 걸음씩
뒤로밀어낸다.
1179.6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자니 길 상태가 점점 더
엉망이다. 철쭉과 잡목은 끝간데 없이 우릴 괴롭히고 길 상태도
바위지대가 이어지며 진행을 무척 더티게 한다.
이 구간이 동국대 산악회가 초등 종주를 하며 남긴 기록에 나오는
힘든 구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니 전망대도 ?? 나올 것 같다.
1190봉으로 다가갈수록 이제는 조릿대 숲이 괴롭힌다.
잠시도 편한 길을 내주질 않는 기맥의 야생마적인 모습이 야속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저 빨리 지나고 싶을 따름이다.
이 부근을 지나며 동국대 산악회와 '박성태'님의 종주 표지기를 처음
보게 된다. 물론 잔디밭 산악회 표지기는 계속 되고 있다.
1190봉을 지나 내려서다 예상대로 전망대에 나선다.
6구간 중 가장 시야가 트이는 곳이다.
7명의 일행이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의 비좁은 곳.
서쪽으로 배나무골과 동쪽으로 봉평쪽 그리고 남쪽으로 기맥의 흐름이
시원스레 조망되는 곳이다
북동쪽으로 흥정산이 듬직하다.
구현이가 전망주를 한모금씩 하자는 제안에 병아리 눈물 만큼씩 털어
넣고 음미하며 구목령으로 내려서는 지점을 짚어본다.
도상에서 볼 때 무심코 진행하다 보면 배나무골쪽으로 빠져버리기
십상인 곳이기에 눈 대중을 한번 해둘 필요를 느겼기 때문이다.
전망대를 내려선 안부는 도상에는 배나무골쪽과 화명동을 넘나드는
소로길 표시가 있지만 전혀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다.
구목령으로 내려서는 지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위를 기울이며
진행을 하다보니 좌측으로 회미한 길 흔적이 있다.
잠시 멈칫하다 앞선 정회가 먼저 내려서고 이어 상웅이도 내려선다.
대부분의 종주자들이 배나무골쪽으로 내려섰는지 그쪽 길이 선명하다.
거의 알아 볼 수 없는 길 흔적에 방향만 잡고 내려서다 보니 우측에
길 흔적이 있다.
분명 조금전 능선에서 배나물골쪽으로 지나쳤다가 '이길이 아닌게벼'
를 하고 트래버스해 기맥길을 찾아오는 흔적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구목령으로 내려서다 보면 오래된 헬기장을 하나 지나 10여분 후
다시 상태가 양호한 헬기장으로 나서는데 이곳 주변은 두릎밭이다.
두릅나무 사이로 조심스레 내려서자니 우측 계곡 아래에 큼지막한
움막이 있다. 심마니터는 아닌 것 같고 나물꾼들의 움막터가
아닐까 싶다.
두릎나무가 많은 탓인지 길이 뚜렷하다.
구목령으로 착각하기 쉬운 곳을(이곳에도 움막터 같은 곳이 있음)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구목령에 내려선다.
배나물골 쪽에서 올라서는 구목령 길은 4륜 구동도 힘겨울 정도로 길
상태가 불량하다.
동쪽으로는 불발치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철망 통제문이 통제기간은
이미 지났건만 굳게 닫혀있고 깔끔한 이정표가 이리가면 창촌이요,
저리가면 서석이고, 요리가면 배나무골(5.5Km),
조리가면 흥정리(6.5Km)라 일러준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 김상진이란 가수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이리갈까~ 저리갈까~ 차라리 돌아가알~까 세갈레 길 삼거리에...'
어쩌구하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정회가 이곳에서 간식을 든든히 먹고 점심식사를 좀 늦게 하자고
제안을 해 모두 OK하며 그늘에 자리 잡고 둘러 앉아 족발에 수~울도
곁들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
삼사십분의 충분한 휴식을 끝내고 구목령을 뒤로하니 10여분 정도
순한 길이 이어지다 결국에는 본색을 드러낸다.
비좁고 가파르고 잡목은 앞에선 가로막고 뒤에선 잡아끌고....
모처럼 맞이하는 손님들이반가워서 저마다 손을 내미는 것인지
아니면 오랫만의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인지 너무 심하니
괴로울 따름이다.
힘겹게 깔딱을 올라서 한숨을 돌리고 진행하는데 봇짐속에 든 경림이
리그에 신호가 들어온다. 뒤따라오던 치성님이 꺼내느라 첫번째
콜은 놓치고 잠시 후 다시 들어오는 콜을 받으니 대장이다.
몸 상태가 호전되어 서석면 배나무골과 청일면,둔내면,봉평면을
넘나드는 고개인 펑퍼짐한 안부에 와 있다며 한시간 정도 후면
만날 수 있겠다 한다.
원샷과 경림의 동행여부를 물으니 혼자란다.
믿기지 않지만 보이질 않으니 의아해 하면서도 그런가 보다 할 밖에...
우린 대장을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1143봉을 왼쪽에 두고 지나야 하는 지점의 일대는 가슴팍 이상 오르는
산죽이 범벅으로 엉켜 길 흔적도 찾을 수 없고 진행도 난망이다
방향이 약간 빗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편한 곳으로
옮겨 쓰러진 고목을 타고 1143봉으로 향하는 펑퍼짐한 날등에 올라서니
아주 희미한 길 흔적이 1143봉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다시 기맥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갔다.
저 앞에서 기다리는 대장이 혹시 막걸리를 가져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침을 꼴깍 삼켜본다. 만일 안가져왔으면 다시 돌려
보내자는 우스개 소리를 해보기도 한다.
계속해서 놀다가라는 기맥의 주인장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진행하자니
예상보다 좀 늦게 대장과 합류한다.
경림이가 숨어 있다 나타나며 그 특유의 이쁜짓을 한다.
이 지점의 남쪽은 지도를 살펴보면 행정구역이 좀 복잡하다.
북쪽은 서석면이 느긋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아마도 청일면 둔내면 봉평면 나으리들이 땅 따먹기 하다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간 모양이다.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려다 좀 편한 자리를 찾아 보자며 진행해 보지만
마땅치가 않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곳에 주저 앉았다.
원샷에게서 넘겨 받은 양념 고기를 볶고 정회가 꺼낸 칵테일 매실주를
돌리지만 식욕이 별로인 표정들이다.
나 역시 그랬지만 늘 그렇듯 의무다.
조금이라도 입맛을 돌리기 위해 상웅이 가져온 고추장에 비비고
태균이 가져온 절인 고추를 베어무니 입맛이 돈다.
치성이는 아침에 조기 구운것에 반해 과식한 것이 아직도 그득하다며
밥을 덜려는데 받겠다는 사람이 없다.
&
식사는 봉우리에 올라 해야하는데 이번에도 먹자마자 잡풀 잡목에
발걸음도 불편한 된비알을 맞이한다.
식식대며 올라서니 이제까지와는 상황이 좀 다르게 길이 양호하다.
안보이던 낯선 표지기도 꽤 보인다.
당일산행 산악회의 표지기들로 보인다.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이 근처에 당일산행지가???'
'봉복산?'
'운무산으로 잇기는 좀 그런데....'
이제 도상에서 보아 둔 또 하나의 독도 주의지점에 다가서고 있다.
구목령을 지나 깔딱을 올라서며 남서쪽으로 흐르던 기맥이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에 남쪽으로 능선이 발달되어 있어 자칫 빠지기
쉬울 것 같다는 예측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기맥길이 더 뚜렷한 삼거리로서 조금만
방향감각을 유지한다면 쉽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 같다.
삼거리에서 몇발짝 진행하면 예상치 못한 덕고산이란 팻말이 나무에
걸린 봉우리를 밟게 된다.
산길이 뚜렷해지고 표지기가 제법 있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이곳과 봉복산을 연결하는 산행을 즐길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며 예상치 못한 봉우리 이름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한다.
1080봉에 이어 밟게 되는 1105봉에는 상태 양호한 삼각점
(청일426, 89년 설치)이 있다.
1:5만 지도상에는 1080봉 못미쳐 1073.1봉에 삼각점 표시가 있지만
확인을 못했다.
도상의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알길이 없다.
1105봉에는 남쪽으로 길 흔적이 뚜렷하다.
봉복산 남쪽 신대리로 내려서는 길이 틀림없다.
삼각점의 위치로 인해 잠시 우리의 현 위치에 대해 잠시 갑론을박
을 해보지만 1105봉으로 결론을 냈고 정확한 판단이었다.
진행방향 저 앞 살짝 왼쪽으로 봉복산이 계속 시야에 들어온다.
봉복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앞선 치성이가 안보인다.
아무래도 봉복산쪽으로 내달은 것 같아 불렀더니 예상대로다.
삼거리에서 일행들이 모두 모일때까지 기다리며 아직도 녹지 않은
얼음에 물을 부어 돌려 가며 더위에 시달린 목을 축인다.
이때 벌컥대고 마신 물이 결국은 나중에 탈을 일으키고 만다.
장이 예민한 탓이다.
항상 조심을 하는 편인데 가끔 콘트롤이 잘 안되 입맛대로 하다보면
탈이 생긴다.
삼거리에서부터 운무산으로 향하는 기맥의 흐름은 정서쪽에서 다시
방향을 거의 북으로 틀어 서서히 북서쪽으로 운무산까지 잇는다
운무산으로 다가갈수록 길이 뚜렷하리라는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갈 수록 애매해진다.
덕고산과 봉복산 갈림 삼거리까지의 뚜렷한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잔디밭 산악회의 표지기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는 확실한 가이드다.
진행하며 한 동안 안보이면 웬지 불안해지고 다시 보이면
안심이 되는 것을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는 마음이
한구석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정확하게 인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959봉을 향하는데 뒤에서 무슨 동물인지 짓는 소리가 들린다.
뒤따르던 치성이와 뭐가 짓는 소린지 의아해 하다가 개 짓는
소리로 결론을 내리고 걷는데 치성이가 엽총에 쓰는 탄피를
주워들고는 밀렵꾼들이 많은 곳인 것 같다며 한두명이 다니다간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니 천천히 가며 후미와 합류를
하잔다. 상웅 태균 재무 치성과 함께 5명이 모여 함께
959봉을 올라서 잠시 진행방향울 체크하고
(좌측 잘 발달된 능선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 운무산 산행
들머리인 황장곡으로 내려서게 됨)
내리막을 한참 내려서는데 후미에서 진행방향에 대한 콜이
들어온다. 응답하려는데 이내 '알았다'고 한다.
예의 그 5명이 775봉 전 안부에 도착했다.
얼마전부터 살살 배가 아파오더니 장의 통증이 심해진다.
일행들 보고 좀 쉬었다 가겠다며 먼저 보내고 잠시 안정을
취하고 있자니 대장을 비롯한 후미가 도착하며 하산지점인
삼년대가 저 아래로 보이니 더 이상 가기가 싫단다.
버벅이 들이니 여기서 북쪽 사면으로 치고 내려가잔다.
면면을 살펴볼 때 버벅이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지.....
정회는 오전내 잡목 러쎌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버벅이라니....
몸 상태도 별로인데다 유혹을 받으니 내심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
하니 버벅이들이(?) 아무말 없이 함께 한다.
미웠겠지.....
항상 그렇듯 구간의 막바지에 만나는 오르막은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고통을 준다.
댓여섯 걸음의 오름도 길고 멀게만 느껴진다.
775봉을 넘어 다시 아주 작은 오르내림을 지나니 다시
된비알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게 마지막이군' 중얼거리곤
이내 오르막에 붙지만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숨도 턱을 넘나든다.
평소 같으면 한 걸음에 올라설 높이건만 무척 되다.
오르다 풀썩 주저 앉아 있자니 탈출하자던 일행들의 목소리가
바로 조- 밑에서 들린다.
구현이가 '여기서 트래버스 할까' 하고 제안을 한다.
난 조용히 그들의 웅성거림을 듣고 있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젠 혼자다.
대체로 능선은 날카롭다.
목적지인 안부가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절벽같은 능선의
끝에 섰다.
'음~ 바로 저 아래가 목적지구나'
이때부터 난 잠시 홀로 방황을 시작한다.
잔디밭 산악회의 표지기는 능선의 끝에 나서기 전에
좌측(황장곡 쪽)으로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거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능선을 우회해서 다시 능선에 붙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내려서다보니 너무 많이
내려서는 같다.
'어 아무래도 이상해'
'우측 사면이 우회해서 능선으로 붙을 만한 상황이 아니잖아?'
'우회길을 못보고 지나쳤나?'
'워낙 길 흔적들이 희미하니 그럴수도 있겠지...'
능선 넘어 저쪽에선 우리 일행들의 알 수 없는 에코가 들려온다.
'혹시 나를 찾는 소린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 붙으며 길을 살펴 보지만 역시 없다.
능선의 끝에 서서 잠시 우측 사면을 살펴보지만
그 역시 답이 아닌 것이다.
물론 어디로 내려서든 못 갈 것은 없지만 그래도 줄기에
가장 근접 해야겠다는 고집이 사면으로의 하산을 허락치 않는다.
절벽 같지만 곧 바로 떨어져 보자는 생각으로 20여m를 내려섰지만
'이길이 아닌게벼'
능선 끝으로 다시 올라섰다.
빽이 거듭되니 웬지 모르게 조바심이 인다.
일행들은 벌써 하산을 완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들고
나 하나로 인해 여러사람의 귀가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분주해진다.
천근만근 같던 발걸음은 안중에도 없다.
혹시 내가 뭔가 도상에서 착각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일단 마음도 진정 시킬 겸 잔디밭 산악회의 표지기가 있는
능선 지점에 주저 앉았다.
지도를 보고 주변 지형을 맞춰보니 헷갈린 것은 아니다.
배낭속의 물건들을 머리속으로 헤아려 본다.
우선 리그가 있다. 경림이 것이다.
헤드랜턴, 간식 등등...
그리고 하산 지점이 보인다.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단지 시간이 좀 늦어질 뿐.....
다시 털고 일어나 차근한 마음으로 처음 내려섰던 황장곡쪽으로
향하며 능선으로 트래버스 해 나갈만한 지점을 물색하다보니
조금전에는 보이지 않던 인적이 너무도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럴수가....
이정도의 인적을 놓쳤다니...
이로서 약 30여분간의 방황을 끝내고 안부에 도착하니 좌우로
길 흔적으로 보아 예상했던 것 보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당일 산행지인 운무산에 발길이 많지 않은가 보다.
이제는 일행들의 기다림을 덜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우측 삼년대쪽 희미한 길을 따르자니 계곡으로 내려선다기
보다는 좌측의 사면을 트래버스해서 나간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길은 우측으로 꺽여 계곡쪽으로
내려서고 10여분 부지런히 내려서 임도로 나섰다.
여기서 또 잠시 헷갈린다.
임도의 모양으로는 우측으로 가야 내려가는 것인데
지도를 보니 엉뚱한 계곡안으로 향해 있는 것이다.
혼자 머뭇거릴 시간이 아닌 것 같아 상웅이를 콜하여
물어보니 오른쪽이 정답이란다.
고개를 갸웃뚱 거리며 잠시 계곡물에 목도 축이고
얼굴도 축이고 한숨을 돌린 후 아무래도 이상해 다시
확인해보니 역시 똑 같은 대답이다.
'어쩌랴, 갈켜준대로 해야지. 더 이상 지체할 일이 아니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앗차'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갖고있는 지도가 '86년 수정판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임도가 생긴것이 아닐까
길 상태가 빙긋이 웃으며 내 그런 생각에 동조를 하고 있다.
일행들은 종철님의 배려로 잡아 놓은 장소의 다리 밑에서
허기와 갈증을 달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빨리와서 한잔하란다.
하지만 씻고 개운한 마음에 들이키고 싶어 일단 참고
짐정리를 하고 개울물에 푸당탕 전신을 담궈 범벅이 된
땀과 피로를 모두 흘려보냈다.
&
이제 다음구간에는 황장곡으로 어프로치를 하겠지...
지금 갖고 있는 지도들을 구입할 당시엔 횡성, 서석 일대의
산들을 다니고 싶어서였는데 서석의 아미산과 청일의 발교산만
밟아 보았을 뿐이다.
그 지도가 한참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한강기맥 종주에
쓰여질 줄이야 어찌 꿈이나 꾸었겠는가...
그 당시의 내 산행편력을 떠 올려보며 후기를 접는다.
참!
귀가길에 곤지암에서 만난 손순아씨 부부의 마중
정말 반가웠습니다.
산사랑 회원님들의 따스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만남이었습니다.
양재에서 늦은 시각 부산까지 혼자 가야하는 경림이의
뒷모습이 너무 외로워 보여 마음이 안스러웠습니다.
작성 : 한강기맥 기록(代) 정건순(JBJ0530)
확인 : 한강기맥 종주대장 주양돈(하눌)
1. 산행구간 : 장곡치 - 구목령 - 봉복산 갈림 - 운무산 전 안부
2. 소 재 지 : 강원도 홍천군 내면,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3. 사용지도 : 1/50000 봉평(蓬坪) 청일(晴日),
1/25000 흥정(興亭) 진조(眞鳥) 둔내(屯內) 서석(瑞石)
4. 일 시 : 2001.07.07 - 2001.07.08 (1박 2일)
5. 날 씨 : 맑음
6. 교 통 : 25인승 전세버스
7. 참가인원 : 10명
구정회(Foglake) 구태균(NADA3) 김경림(greyeyes) 김상웅(warmguy)
이강섭() 인치성(inhjin) 정건순(JBJ0530) 정구현(백두주막) 정재무(별나라)
주양돈(하눌)
8. 산행일정
()은 계획상의 일정임
2001.07.07
17:10(16:30) 조금 넘긴 시각 양재동 서초구청앞 출발
21:00(20:30) (평창군 봉평면 화명동 착)
폐교 야양지 도착 - 도착 시간 아리송
- 홍천군 내면 자운리 창촌국교 원자분교
- 31번 국도에서 5백m 정도 들어선 지점이며
도장골 입구 약 1.3Km 전
2001.07.08
04:30(04:30) 기상 및 아침식사
06:15(06:00) 야영지 출발 (화명동 출발)
06:45 불발치
07:10(06:30) 장곡치 착 약 10분 후 출발
08:00 1087봉
08:45 1179.6봉 - 휴식 후 09:00 출발
09:25 1190 일대는 조릿대 숲으로 뒤덮여 있다.
09:35 전망대
10:15 오래된 헬기장
10:25 상태 양호한 헬기장
10:35(09:00) 구목령
11:10 구목령 출발
11:35 깔딱 올라섬
12:15(10:30) 1143봉으로 갈라지는 능선 삼거리
12:50 대장 만남,
13:45 식사 후 출발
14:10 덕고산 - 德高山 1125m
14:50(12:00) 1105봉(이 곳 직전 1073.1봉이 계획상 중식 예정지)
15:20 봉복산 갈림 삼거리 - 봉복산쪽으로 길이 뚜렷, 기맥은 흐릿
16:30 775봉 전 안부
17:30(15:30) 목적지 안부 도착
18:00(15:30) 삼년대 하산 완료 - 일행의 하산은 약 30분 이상 앞섬
18:50(17:00) 서울로 출발
22:05 곤지암 손순아 부부 마중
23:10(21:00) 양재도착
9. 후기
6구간, 참석인원 10명
왜 일까?
기맥은 매력을 더하는데 .......
종주 멤버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 못한 회원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아주 단촐한 식구다.
예정대로라면 우리는 이번 구간의 야영을 봉평으로 들어 그 안
골짜기에 화명동이란 지명을 가진 곳 어디에선가 했어야 했다.
한강기맥 종주를 기획하며 정했던 원칙중에 하나가 하산한 지점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의 어프로치이다.
그러므로서 기맥의 줄기가 품고 있는 좀 더 많은 것들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알고 싶어했던 것일게다.
그러나 구간이 진행 되면서 그 원칙을 반드시 지키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
이번 구간도 만약 화명동 어디에선가 장곡치까지 걸어서
접근을 했다면 계획했던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기맥을 이루고 있는 야생의 자연은 우리의 발걸음을 한껏 붙들고
늘어지기 일쑤다.
앞으로 진행계획에 잘 닦여있는 산길을 휘파람 불며 걷는 것과는
시간차이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5구간때 애자조가 불발치에서 임도따라 장곡치로 답사(?)하다가
지에무시 트럭에 몸을 싣고 도장골 방향으로 향했던 때의 기억을
더듬어 아마도 화명동쪽은 차가 접근할 수 없도록 통제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차머리를 서석쪽으로 돌리게 했나보다.
지난달 하산했던 장골로 들어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는
도장골이 위치한 홍천군 내면 자운리 평화로운 골짜기로 들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폐교 운동장 한 구석에 둥지를 틀었다.
(폐교의 이름을 알려고 대문 기둥을 살펴보았지만 허사였다.)
위 일정에 기록한 폐교 이름은 지도상에 표기된
(그것도 최근 97년에 편집된 1:25000 지도에는 없으나 내가
갖고있는 86년 편집된 1:5만 지도에는 있음)
국민학교 분교가 바로 우리가 머문 곳일 것이라는 추측일뿐이다.
&
서초구청 4시 반 출발에 거의 시간을 맞춰 도착했건만 늘
모여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다. 두진관광 버스는 있는데...
'어! 뭐 이래'
'5시 출발인가 ???'
잠시 헷갈리다 길 건너에 일행이 모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예상치 않았던 메사랑, 여우가 마중을 나왔다.
헌데 나우테스의 옷차림이 좀 어설프다.
알고보니 가지 못할 사정이 생겼는데 내 대신 찌게준비를
해오느라 코펠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런 고마움이....
옛말에 음식 받은 그릇은 빈 그릇으로 돌려주는 것 아니라는데...
조리풍이라도 가득 담아 드리리다.
변함없이 서초구청 그 자리에 막걸리를흘리고 좀 늦은 일행의
도착과 함께 술자리는 차안으로 이어진다.
길 막힘의 답답증을 좀 덜고자 이길 저길 들먹이며 단촐한
식구는 마냥 즐겁다.
원샷은 지난 구간때를 생각하는지 술잔을 사양하다가 끝내
버티지 못하고 한잔 두잔 원샷을 하더니 어느새 혀가
꼬불거리는 것 같다.
치성님의 간청에 의해 춘향가 한 대목을 뽑아 제킨다.
원샷의 언행에는 어딘가 모르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살짝 투정(?)을 부릴 때에 말투와 행동 그리고 표정이 일품이다.
계속 함께 산행하고픈 참 재미있는 일행이다.
기맥은 구간을 더할수록 서울로 다가서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교통지옥만 아니라면 얼마나 여유로울까...
하남시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 - 홍천으로 이어지는
시원스런 도로를 질주한다.
홍천 지나 공작산 들머리 어디쯤에선가 서초구청부터 들이
부은 것을 대충 정리 좀 하려는데 마땅치가 않아 최대한 볼썽
사납지 않게 이곳 저곳에 열중쉬어를 하지만 ......
&
어둠이 짙게 드리운지 오랜 시간.
조용하기만 하던 폐교는 느닷없는 객들의 출현으로 소란이 인다.
대장은 폐교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주인장 마나님으로부터 하룻밤
유~우 할 것과 식수 사용의 허락을 어렵사리 받아냈다 한다.
5구간때와 같이 패를 가를일이 없는 단출한 식구들이 둘러 앉아
저녁식사와 반주를 즐기며 세상 시름을 잊고 있다.
요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날 며칠을 잠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종주산행도 사실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낙주담소하는 일행들 틈을 잠시 벗어나 학교 앞을 흐르는 개울가에
앉으니 어둠속에서도 흐르는물결의 일렁임이 희미한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어 개울물이 꽤나 깊게 느껴진다.
다시 일행에게 돌아오는 길에 학교 출입문 기둥을 어루만지며
살펴 보았지만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아직도 힘겨워 하고 있을 집사람 생각에 전화를 건다.
'미안해, 이렇게 혼자만 한가로워서'
'안하던 소리 하는 것 보니 한잔 하셨구먼?'
'응, 피곤해서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다 미안하기도 하고 ....
뭐 그래서 전화했어'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내몸을 짓누른다.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을 뿐이다.
11시쯤인가 슬며시 비박색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누워서 잠시 밤하늘을 응시하니 몇개의 별이 나를 지켜주겠단다.
누운 내 육신이 땅속 깊숙이 쳐 박히는 듯 한없이 늘어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어김없는 기상시간
어둠이 걷혀나가며 어둠속에 숨을 죽이던 시골 학교의 정겨운
모습들이 꽤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잠자리를 걷고 아침준비를 하는 등 바삐 움직이는데 대장이
코피를 쏟았단다.
대장에게 요즘 경사가 있었는데 그 값을 치르느라 낮고 밤
가릴 것 없이 바쁜 나날들에 지쳐있다고 한다.
산행준비는 계속되는데 텐트속에서 끙끙 앓는 소릴 해댄다.
처음에는 누가 아직도 안 일어나고 저러고 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대장이 많이 아프단다.
조금 전 코피를 쏟더니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모양이다.
일행들이 모두 말 수가 적어진다.
대장이 아퍼서 누워 있으니 모두 걱정스러운 눈치다.
'이거 오늘 산행을 해야 되나 ??'
뇌까려 본다.
얼굴에 물좀 바르려고 어젯밤 잠시 머물렀던 그 개울가에
나가는 데 경림이가 대장에게 설탕물을 타 먹이겠다며 아직 기침
전인 것 같은 마을 민가를 기웃거리더니설탕을 얻어 온다.
참 고마운 마음이다. 여성으로서 모성애가 발동한 것일까.....
열이 많을 것 같아 비상약으로 갖고 다니는 해열제를 꺼내
경림이에게 건넸다.
산행 봇짐을 꾸리는데 원샷이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 놓으며
무거워 못가져 가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경림이 준비한 먹거리들이다.
나를 비롯 한두사람이 나누어 챙겼다
그런 와중에도 조용히 산행준비는 완료되어 대장과 경림이를 남겨
놓은 채 버스에 올라 장곡치로 향한다.
불발치를 넘어 장곡치로 가는 길가 농촌의 풍경은 평화롭기만하다.
널찍한 밭들이 농부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정갈한 느낌마져 준다.
백두 11구간때 야영지에서 닭목재로 이동하며 보았던 짙은 갈색의
잘 다듬어진 감자밭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구불대고 오르는 임도는 상태가 양호하다.
5구간 때 애자조가 지에무시(GMC ?) 트럭을 타고 즐겼던 그 길이다.
구현이가 앞에 앉아 안내를 한다.
그렇게 길지 않을 것 같은 길은 예상보다 한참을 오른다.
불발치는 바로 지난달의 모습 그대로이나 좀 비좁아 보인다.
그 당시엔 산길에서 빠져나왔기에 넓게 보인 착시 현상이었나 보다.
다시 화명동으로 내려서는 길에 접어드니 길이 좀 비좁아지고
노면도 별로다.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갈 수밖에 없다.
5구간때 애자조가 무심코 지나쳤던 삼거리에서 장곡치까지 가는 길
상태가 어떤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버스는 언덕을 차고 오른다.
길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 여기며 올라선 장곡치에는
한달전에는 없던 깨끗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버스는 생곡리로 내려가면 좋으련만 길을 가로 막은 고목으로 인해
다시 되돌아 가야만 했다.
그런데 원샷이 내리질 않고 되돌아 가겠단다.
그러면서 또 한번 봇짐에서 먹거리들을 꺼내 놓는다.
재무와 같이 이것 저것 또 챙기다 보니 내 봇짐이 묵직해졌다.
이거 몸도 상태가 별로인데 무리가 되는 것 아닌가 싶다.
버스가 막 출발했는데 고기를 원샷이 갖고 있다며 재무가 달려가
차를 세워 고기를 받아오고야 산행은 시작이된다.
&
임도를 좀 따르다 능선에 붙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바로 붙는다.
몇발짝 옮기니 다시 임도로 내려서야 했다.
잠시 낄낄대며 내려섰다 곧 바로 능선에 다시 붙으니 제법 뚜렷한
길 흔적과 잔디밭 표지기가 반긴다.
잡목이 어느 정도 성가시지만 그리 심하진 않다.
선두에서 1087.3봉을 향해 오르는데 몸이 많이 무겁다.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발걸음은 천근만근.
오늘 이러다 탈출 하는 것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땀을 쏟고 나면 좀 개운해 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묵묵히
진행을 하다가 너무 힘이들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두세사람이 잠시
장운동을 하기도 한다.
다시 정회가 선두로 나서며 출발한다.
오로지 잡목만이 성가시게 하는 특징이 없는 기맥줄기를 한 걸음씩
뒤로밀어낸다.
1179.6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자니 길 상태가 점점 더
엉망이다. 철쭉과 잡목은 끝간데 없이 우릴 괴롭히고 길 상태도
바위지대가 이어지며 진행을 무척 더티게 한다.
이 구간이 동국대 산악회가 초등 종주를 하며 남긴 기록에 나오는
힘든 구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니 전망대도 ?? 나올 것 같다.
1190봉으로 다가갈수록 이제는 조릿대 숲이 괴롭힌다.
잠시도 편한 길을 내주질 않는 기맥의 야생마적인 모습이 야속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저 빨리 지나고 싶을 따름이다.
이 부근을 지나며 동국대 산악회와 '박성태'님의 종주 표지기를 처음
보게 된다. 물론 잔디밭 산악회 표지기는 계속 되고 있다.
1190봉을 지나 내려서다 예상대로 전망대에 나선다.
6구간 중 가장 시야가 트이는 곳이다.
7명의 일행이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의 비좁은 곳.
서쪽으로 배나무골과 동쪽으로 봉평쪽 그리고 남쪽으로 기맥의 흐름이
시원스레 조망되는 곳이다
북동쪽으로 흥정산이 듬직하다.
구현이가 전망주를 한모금씩 하자는 제안에 병아리 눈물 만큼씩 털어
넣고 음미하며 구목령으로 내려서는 지점을 짚어본다.
도상에서 볼 때 무심코 진행하다 보면 배나무골쪽으로 빠져버리기
십상인 곳이기에 눈 대중을 한번 해둘 필요를 느겼기 때문이다.
전망대를 내려선 안부는 도상에는 배나무골쪽과 화명동을 넘나드는
소로길 표시가 있지만 전혀 흔적을 발견할 수가 없다.
구목령으로 내려서는 지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위를 기울이며
진행을 하다보니 좌측으로 회미한 길 흔적이 있다.
잠시 멈칫하다 앞선 정회가 먼저 내려서고 이어 상웅이도 내려선다.
대부분의 종주자들이 배나무골쪽으로 내려섰는지 그쪽 길이 선명하다.
거의 알아 볼 수 없는 길 흔적에 방향만 잡고 내려서다 보니 우측에
길 흔적이 있다.
분명 조금전 능선에서 배나물골쪽으로 지나쳤다가 '이길이 아닌게벼'
를 하고 트래버스해 기맥길을 찾아오는 흔적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구목령으로 내려서다 보면 오래된 헬기장을 하나 지나 10여분 후
다시 상태가 양호한 헬기장으로 나서는데 이곳 주변은 두릎밭이다.
두릅나무 사이로 조심스레 내려서자니 우측 계곡 아래에 큼지막한
움막이 있다. 심마니터는 아닌 것 같고 나물꾼들의 움막터가
아닐까 싶다.
두릎나무가 많은 탓인지 길이 뚜렷하다.
구목령으로 착각하기 쉬운 곳을(이곳에도 움막터 같은 곳이 있음)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구목령에 내려선다.
배나물골 쪽에서 올라서는 구목령 길은 4륜 구동도 힘겨울 정도로 길
상태가 불량하다.
동쪽으로는 불발치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철망 통제문이 통제기간은
이미 지났건만 굳게 닫혀있고 깔끔한 이정표가 이리가면 창촌이요,
저리가면 서석이고, 요리가면 배나무골(5.5Km),
조리가면 흥정리(6.5Km)라 일러준다.
그러다 보니 오래전 김상진이란 가수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이리갈까~ 저리갈까~ 차라리 돌아가알~까 세갈레 길 삼거리에...'
어쩌구하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정회가 이곳에서 간식을 든든히 먹고 점심식사를 좀 늦게 하자고
제안을 해 모두 OK하며 그늘에 자리 잡고 둘러 앉아 족발에 수~울도
곁들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
삼사십분의 충분한 휴식을 끝내고 구목령을 뒤로하니 10여분 정도
순한 길이 이어지다 결국에는 본색을 드러낸다.
비좁고 가파르고 잡목은 앞에선 가로막고 뒤에선 잡아끌고....
모처럼 맞이하는 손님들이반가워서 저마다 손을 내미는 것인지
아니면 오랫만의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인지 너무 심하니
괴로울 따름이다.
힘겹게 깔딱을 올라서 한숨을 돌리고 진행하는데 봇짐속에 든 경림이
리그에 신호가 들어온다. 뒤따라오던 치성님이 꺼내느라 첫번째
콜은 놓치고 잠시 후 다시 들어오는 콜을 받으니 대장이다.
몸 상태가 호전되어 서석면 배나무골과 청일면,둔내면,봉평면을
넘나드는 고개인 펑퍼짐한 안부에 와 있다며 한시간 정도 후면
만날 수 있겠다 한다.
원샷과 경림의 동행여부를 물으니 혼자란다.
믿기지 않지만 보이질 않으니 의아해 하면서도 그런가 보다 할 밖에...
우린 대장을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1143봉을 왼쪽에 두고 지나야 하는 지점의 일대는 가슴팍 이상 오르는
산죽이 범벅으로 엉켜 길 흔적도 찾을 수 없고 진행도 난망이다
방향이 약간 빗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편한 곳으로
옮겨 쓰러진 고목을 타고 1143봉으로 향하는 펑퍼짐한 날등에 올라서니
아주 희미한 길 흔적이 1143봉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다시 기맥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갔다.
저 앞에서 기다리는 대장이 혹시 막걸리를 가져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침을 꼴깍 삼켜본다. 만일 안가져왔으면 다시 돌려
보내자는 우스개 소리를 해보기도 한다.
계속해서 놀다가라는 기맥의 주인장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진행하자니
예상보다 좀 늦게 대장과 합류한다.
경림이가 숨어 있다 나타나며 그 특유의 이쁜짓을 한다.
이 지점의 남쪽은 지도를 살펴보면 행정구역이 좀 복잡하다.
북쪽은 서석면이 느긋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아마도 청일면 둔내면 봉평면 나으리들이 땅 따먹기 하다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간 모양이다.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려다 좀 편한 자리를 찾아 보자며 진행해 보지만
마땅치가 않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곳에 주저 앉았다.
원샷에게서 넘겨 받은 양념 고기를 볶고 정회가 꺼낸 칵테일 매실주를
돌리지만 식욕이 별로인 표정들이다.
나 역시 그랬지만 늘 그렇듯 의무다.
조금이라도 입맛을 돌리기 위해 상웅이 가져온 고추장에 비비고
태균이 가져온 절인 고추를 베어무니 입맛이 돈다.
치성이는 아침에 조기 구운것에 반해 과식한 것이 아직도 그득하다며
밥을 덜려는데 받겠다는 사람이 없다.
&
식사는 봉우리에 올라 해야하는데 이번에도 먹자마자 잡풀 잡목에
발걸음도 불편한 된비알을 맞이한다.
식식대며 올라서니 이제까지와는 상황이 좀 다르게 길이 양호하다.
안보이던 낯선 표지기도 꽤 보인다.
당일산행 산악회의 표지기들로 보인다.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이 근처에 당일산행지가???'
'봉복산?'
'운무산으로 잇기는 좀 그런데....'
이제 도상에서 보아 둔 또 하나의 독도 주의지점에 다가서고 있다.
구목령을 지나 깔딱을 올라서며 남서쪽으로 흐르던 기맥이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에 남쪽으로 능선이 발달되어 있어 자칫 빠지기
쉬울 것 같다는 예측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기맥길이 더 뚜렷한 삼거리로서 조금만
방향감각을 유지한다면 쉽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 같다.
삼거리에서 몇발짝 진행하면 예상치 못한 덕고산이란 팻말이 나무에
걸린 봉우리를 밟게 된다.
산길이 뚜렷해지고 표지기가 제법 있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다.
사람들이 이곳과 봉복산을 연결하는 산행을 즐길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며 예상치 못한 봉우리 이름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한다.
1080봉에 이어 밟게 되는 1105봉에는 상태 양호한 삼각점
(청일426, 89년 설치)이 있다.
1:5만 지도상에는 1080봉 못미쳐 1073.1봉에 삼각점 표시가 있지만
확인을 못했다.
도상의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알길이 없다.
1105봉에는 남쪽으로 길 흔적이 뚜렷하다.
봉복산 남쪽 신대리로 내려서는 길이 틀림없다.
삼각점의 위치로 인해 잠시 우리의 현 위치에 대해 잠시 갑론을박
을 해보지만 1105봉으로 결론을 냈고 정확한 판단이었다.
진행방향 저 앞 살짝 왼쪽으로 봉복산이 계속 시야에 들어온다.
봉복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앞선 치성이가 안보인다.
아무래도 봉복산쪽으로 내달은 것 같아 불렀더니 예상대로다.
삼거리에서 일행들이 모두 모일때까지 기다리며 아직도 녹지 않은
얼음에 물을 부어 돌려 가며 더위에 시달린 목을 축인다.
이때 벌컥대고 마신 물이 결국은 나중에 탈을 일으키고 만다.
장이 예민한 탓이다.
항상 조심을 하는 편인데 가끔 콘트롤이 잘 안되 입맛대로 하다보면
탈이 생긴다.
삼거리에서부터 운무산으로 향하는 기맥의 흐름은 정서쪽에서 다시
방향을 거의 북으로 틀어 서서히 북서쪽으로 운무산까지 잇는다
운무산으로 다가갈수록 길이 뚜렷하리라는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갈 수록 애매해진다.
덕고산과 봉복산 갈림 삼거리까지의 뚜렷한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잔디밭 산악회의 표지기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는 확실한 가이드다.
진행하며 한 동안 안보이면 웬지 불안해지고 다시 보이면
안심이 되는 것을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의지하는 마음이
한구석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정확하게 인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959봉을 향하는데 뒤에서 무슨 동물인지 짓는 소리가 들린다.
뒤따르던 치성이와 뭐가 짓는 소린지 의아해 하다가 개 짓는
소리로 결론을 내리고 걷는데 치성이가 엽총에 쓰는 탄피를
주워들고는 밀렵꾼들이 많은 곳인 것 같다며 한두명이 다니다간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니 천천히 가며 후미와 합류를
하잔다. 상웅 태균 재무 치성과 함께 5명이 모여 함께
959봉을 올라서 잠시 진행방향울 체크하고
(좌측 잘 발달된 능선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 운무산 산행
들머리인 황장곡으로 내려서게 됨)
내리막을 한참 내려서는데 후미에서 진행방향에 대한 콜이
들어온다. 응답하려는데 이내 '알았다'고 한다.
예의 그 5명이 775봉 전 안부에 도착했다.
얼마전부터 살살 배가 아파오더니 장의 통증이 심해진다.
일행들 보고 좀 쉬었다 가겠다며 먼저 보내고 잠시 안정을
취하고 있자니 대장을 비롯한 후미가 도착하며 하산지점인
삼년대가 저 아래로 보이니 더 이상 가기가 싫단다.
버벅이 들이니 여기서 북쪽 사면으로 치고 내려가잔다.
면면을 살펴볼 때 버벅이라는 말이 과연 어울리는지.....
정회는 오전내 잡목 러쎌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버벅이라니....
몸 상태도 별로인데다 유혹을 받으니 내심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
하니 버벅이들이(?) 아무말 없이 함께 한다.
미웠겠지.....
항상 그렇듯 구간의 막바지에 만나는 오르막은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고통을 준다.
댓여섯 걸음의 오름도 길고 멀게만 느껴진다.
775봉을 넘어 다시 아주 작은 오르내림을 지나니 다시
된비알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게 마지막이군' 중얼거리곤
이내 오르막에 붙지만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숨도 턱을 넘나든다.
평소 같으면 한 걸음에 올라설 높이건만 무척 되다.
오르다 풀썩 주저 앉아 있자니 탈출하자던 일행들의 목소리가
바로 조- 밑에서 들린다.
구현이가 '여기서 트래버스 할까' 하고 제안을 한다.
난 조용히 그들의 웅성거림을 듣고 있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젠 혼자다.
대체로 능선은 날카롭다.
목적지인 안부가 바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절벽같은 능선의
끝에 섰다.
'음~ 바로 저 아래가 목적지구나'
이때부터 난 잠시 홀로 방황을 시작한다.
잔디밭 산악회의 표지기는 능선의 끝에 나서기 전에
좌측(황장곡 쪽)으로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거의 직각으로 떨어지는 능선을 우회해서 다시 능선에 붙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내려서다보니 너무 많이
내려서는 같다.
'어 아무래도 이상해'
'우측 사면이 우회해서 능선으로 붙을 만한 상황이 아니잖아?'
'우회길을 못보고 지나쳤나?'
'워낙 길 흔적들이 희미하니 그럴수도 있겠지...'
능선 넘어 저쪽에선 우리 일행들의 알 수 없는 에코가 들려온다.
'혹시 나를 찾는 소린가?'
다시 능선으로 올라 붙으며 길을 살펴 보지만 역시 없다.
능선의 끝에 서서 잠시 우측 사면을 살펴보지만
그 역시 답이 아닌 것이다.
물론 어디로 내려서든 못 갈 것은 없지만 그래도 줄기에
가장 근접 해야겠다는 고집이 사면으로의 하산을 허락치 않는다.
절벽 같지만 곧 바로 떨어져 보자는 생각으로 20여m를 내려섰지만
'이길이 아닌게벼'
능선 끝으로 다시 올라섰다.
빽이 거듭되니 웬지 모르게 조바심이 인다.
일행들은 벌써 하산을 완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들고
나 하나로 인해 여러사람의 귀가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분주해진다.
천근만근 같던 발걸음은 안중에도 없다.
혹시 내가 뭔가 도상에서 착각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일단 마음도 진정 시킬 겸 잔디밭 산악회의 표지기가 있는
능선 지점에 주저 앉았다.
지도를 보고 주변 지형을 맞춰보니 헷갈린 것은 아니다.
배낭속의 물건들을 머리속으로 헤아려 본다.
우선 리그가 있다. 경림이 것이다.
헤드랜턴, 간식 등등...
그리고 하산 지점이 보인다.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단지 시간이 좀 늦어질 뿐.....
다시 털고 일어나 차근한 마음으로 처음 내려섰던 황장곡쪽으로
향하며 능선으로 트래버스 해 나갈만한 지점을 물색하다보니
조금전에는 보이지 않던 인적이 너무도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럴수가....
이정도의 인적을 놓쳤다니...
이로서 약 30여분간의 방황을 끝내고 안부에 도착하니 좌우로
길 흔적으로 보아 예상했던 것 보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당일 산행지인 운무산에 발길이 많지 않은가 보다.
이제는 일행들의 기다림을 덜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우측 삼년대쪽 희미한 길을 따르자니 계곡으로 내려선다기
보다는 좌측의 사면을 트래버스해서 나간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즈음 길은 우측으로 꺽여 계곡쪽으로
내려서고 10여분 부지런히 내려서 임도로 나섰다.
여기서 또 잠시 헷갈린다.
임도의 모양으로는 우측으로 가야 내려가는 것인데
지도를 보니 엉뚱한 계곡안으로 향해 있는 것이다.
혼자 머뭇거릴 시간이 아닌 것 같아 상웅이를 콜하여
물어보니 오른쪽이 정답이란다.
고개를 갸웃뚱 거리며 잠시 계곡물에 목도 축이고
얼굴도 축이고 한숨을 돌린 후 아무래도 이상해 다시
확인해보니 역시 똑 같은 대답이다.
'어쩌랴, 갈켜준대로 해야지. 더 이상 지체할 일이 아니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앗차'하는 느낌이 든다.
내가 갖고있는 지도가 '86년 수정판인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임도가 생긴것이 아닐까
길 상태가 빙긋이 웃으며 내 그런 생각에 동조를 하고 있다.
일행들은 종철님의 배려로 잡아 놓은 장소의 다리 밑에서
허기와 갈증을 달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빨리와서 한잔하란다.
하지만 씻고 개운한 마음에 들이키고 싶어 일단 참고
짐정리를 하고 개울물에 푸당탕 전신을 담궈 범벅이 된
땀과 피로를 모두 흘려보냈다.
&
이제 다음구간에는 황장곡으로 어프로치를 하겠지...
지금 갖고 있는 지도들을 구입할 당시엔 횡성, 서석 일대의
산들을 다니고 싶어서였는데 서석의 아미산과 청일의 발교산만
밟아 보았을 뿐이다.
그 지도가 한참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한강기맥 종주에
쓰여질 줄이야 어찌 꿈이나 꾸었겠는가...
그 당시의 내 산행편력을 떠 올려보며 후기를 접는다.
참!
귀가길에 곤지암에서 만난 손순아씨 부부의 마중
정말 반가웠습니다.
산사랑 회원님들의 따스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만남이었습니다.
양재에서 늦은 시각 부산까지 혼자 가야하는 경림이의
뒷모습이 너무 외로워 보여 마음이 안스러웠습니다.
작성 : 한강기맥 기록(代) 정건순(JBJ0530)
확인 : 한강기맥 종주대장 주양돈(하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