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한강기맥
한강기맥 종주 7구간
하눌이
2009. 1. 8. 16:08
한강기맥 구간종주 7구간 산행일지 1. 산행구간 : 운무산 전 안부 - 운무산 - 수리봉 - 삼근암 갈림 - 먼드래재 2. 소 재 지 :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횡성군 청일면 3. 사용지도 : 1/50,000 청일(晴日), 1/25,000 서석(瑞石) 4. 일 시 : 2001.08.11 - 2001.08.12 (1박 2일) 5. 날 씨 : 맑은 후 오후 흐림(산행 끝 무렵 빗방울 약간) 6. 교 통 : 25인승 전세버스, 개인 RV 차량 1대 7. 참가인원 : 21명 고경동(atom84) 구태균(일람중산소) 김경림(greyeyes) 김경애(기쁘미) 남순자(aprilsun) 문미연(달사냥꾼) 문미화() 박인화(도전자) 박종학(novell57) 신인승(tnautes) 안형기(광야) 이규호(khplum) 이숙경(dawoori) 인치성(inhjin) 송은정(s104r) 정건순(JBJ0530) 정구현(백두주막) 정은주(래미) 정재무(별나라) 주양돈(하눌) 홍성선(여우사랑) 8. 산행일정 ()은 계획상의 일정임 8월 11일 16:30(17:30) 서울출발(서초구청주차장). 20:30(22:00) 횡성군 청일면 황장곡마을 착 23:00(24:00) 취침. 8월 12일 04:30(05:00) 기상 조식. 06:30(07:00) 황장곡 출발. 08:00(07:50) 운무산 안부 착. 08:20 바위지대 우회 후 휴식 - 08:40 출발 09:00(09:00) 운무산 정상 - 09:20 출발 09:35 치마바위 갈림길(이정표) 09:50 이정표(운무산 0.4Km 30분) 09:55 867.2봉(헬기장) 10:45 860봉 갈림길(독도주의) - 11:00 출발 11:20 수리봉(운무산 조망) 떼거리 사진 11:50(10:30) 이정표(정상 2.1Km 3시간 30분 소요)-삼근암 갈림(?) 13:00(11:30) 먼드래재 착 16:30(17:00) 출발 - 양평 훨씬 못미쳐서 지체가 시작됨 23:10(21:00) 양재 도착 9. 후기 일곱, seven 하면 흔히 Lucky! 하단다. 우리는 살면서 숫자에 연연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4', 이놈은 elevator에서 조차 "F"로 사용될 정도로 꺼리는 숫자다. 이번 구간이 그 Lucky하다는 "7"구간이라서 인지 이벤트를 한단다. 아마도 한강기맥종주가 첫발을 내 딛자 맞이한 1,2,3월의 혹독한 추위 및 심설속에서의 처절한 몸부림 4월의 아쉬움 5월의 불법투쟁 - 도망자(반갑지 않은 만남을 피해) 6월의 방황(이길이 뭔 길이여?) 7월의 조릿대, 잡목과의 끊임없는 전쟁 등으로 그동안 누적된 갖가지 희노애락을 모처럼 여유롭게 음미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도 모른다. 이벤트에 재물로 바쳐지는 멍 과 꼬, 그리고 계곡물에 목이 마른 님들로 근래 보기 드물게 출석부가 넘쳐난다. & 출발하기 전 서초구청 노천에서부터 마셔댄 막걸리 덕분에 어디서부터 잠이 들었는지.... 중간에 어딜 들렸는지..... 황장곡 입구가 어드러케 생겼는지... 후훗~ 막걸리도 술이라고.... 대충 먹어야겠다. 여튼 어딘지 캄캄한 곳에서 버스가 왔다리갔다리 한 두번 하는 것 같은데 전조등 불빛에 얼핏보니 무슨 공장이 있는지라... 어떤 자료에서 본 운무원 식품인가 하는 공장이구나 하는 직감이 든다. 내심 야양장소로 생각했던 황장소라는 곳을 지나온 것이다. 일단 더 들어왔으니 걷는 거리가 그 만큼 짧아진 셈이다. 일기예보에 밤에 비가 올 확률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도착한 장소에는 거대한 천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우야튼 비 걱정 한시름 덜고 옹기종기 끼리끼리 자리잡아 집짓고 이부자리부터 깔고난 후 둘러앉아 술타령과 먹거리죽이기 한판이 어우러진다. 종학이 형님이 갖고 오신 헤네시 브이에스오피부터 동내기 시작하여 잘도 묵어댄다. 형님 다음엔 엑스오 부탁드립니다. 욕심이 좀 과했나... ㅎㅎㅎ 자정쯤 잠자리에 든 것 같은데 그 또한 흐리므리.... 아물 가물... & 측정이 안될 만큼 괴로운 소음 '기상!' 소리에 이곳 저곳에서 꿈지럭 부시시 비비적... 하나같이 귀찮다는 몸짓들이다. 늘 그러하듯 하나 둘씩 머리를 내밀며 허물벗듯 구물구물 나와서는 찌뿌드한 몸가짐으로 아침준비하는 사람, 화장하러 개울로 가는 이가 있는가하면 화장실로 가는 이도 있고 아직도 허물 벗기가 힘겨워 꿈쩍도 안하는 벌레 등 저마다 다양한 아침을 연다. 이번 구간은 게눈 감추듯 오전 한 입에 툭 털어 넣기로 되어있다. 아침을 마치고 산행준비를 하는데 한둘이 남아서 계곡물을 즐기겠다고 버텨보지만 대장이 만주벌 도적같이 부라리는 대장의 눈과 말투에 따라 나선다. 늘 한강의 지원본부인 종철님과 몸 상태가 안좋은 여우만 남고 길을 따라 삼삼오오 주-욱 대열을 이루며 산행이 시작된다. 우측의 산자락을 하나 휘돌아 나서니 좌측으로 계곡가에 산장같은 가게를 지나는데 벌써 철 지난 느낌이 들 정도로 썰렁해 보인다 이른 아침 한무리의 소란에 의아한 듯 바라보는 주인장 인듯 한 아저씨께 인삿말 겸한 빈말을 한마디 건네고는 몇 걸음 더 나서니 봉복산쪽으로 깊게 파고드는 봉막골길을 버려야 할 삼거리다. 몇 발 앞선 선두가 멈칫거리다 좌측으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이십여명 정도는 족히 계곡물에 발담그고 더위를 잊기에 안성마춤인 곳을 지나 좌측 콩밭으로 올라선다. (콩 심으면 콩밭, 배추 심으면 배추밭, 깨 심으면 깨밭이니 굳이 콩밭을 고집할 일은 아니다) 오래전 쓰여진 다른 자료에는 배추밭으로 나와있지만 농부가 무엇을 파종하느냐에 따라 밭이름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길을 찾을 생각도 않고 북쪽으로 저 앞 숲속을 파고드는 계곡을 향해 콩나무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가로지르니 밭을 우측으로 돌아 이어지는 길과 만난다. 길은 제법 뚜렷하지만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산행 초입의 잡숲을 헤쳐 나가니 잣나무 수림이 제법인 상쾌한 숲길로 이어진다. 잠시 후 삼거리 길에서 잠깐 우측으로 들었다가 이내 좌측으로 기수를 돌린다.(좌측길이 더 뚜렷) 이 후 좌측으로 계곡을 끼고 진행하다 계곡을 좌우로 건너기를 두세번 하며 이어지는 부드러운 길을 즐기다 보면 잣 수확때 쓰일 것으로 보이는 사다리가 있는 곳을 지나 차츰 된비알로 변하는 길을 땀을 내며 10여분 올라서면 6구간의 종착지였던 주능 안부에 올라선다. & 주능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며 모두 모인 후 기맥잇기에 돌입한다. 운무산 일원은 지도상의 등고선 간격에서도 눈치 챌 수 있듯이 기복이 심하고 가파르다. 시작과 동시에 작은 봉우리를 가파르게 넘어선후 다시 바위지대를 좌측으로 우회해서 올라선 자리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 때 오르며 우회한 바위지대로 나서보면 두세 그루의 고사목과 함께 어우러진 조망이 가히 일품이다. 동쪽 멀리로는 우리가 밟아온 장곡치 구목령 덕고산 일원으로부터 기맥의 흐름에서 살짝 비켜 앉은 봉복산 조망이 시원스럽다 북쪽으로 우리가 지난 구간 하산 한 저수지 일원이, 남쪽으로는 봉복산 아래 깊게 파고 들어간 봉막골이 써레질을 해 놓은 듯 깊고 길게 패여있고 그 옆으로 우리의 숙영지가 버스와 함께 장난감처럼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휴식을 즐기고 오름길에 붙자니 이번에는 짧지만 바위길로 나선다 물론 우회길도 있지만 바윗길을 밟으며 조금 전 보았던 풍경들을 지워지기 전에 다시 한번 새겨둔다. 봉막이란 지명이 기맥을 중심으로 좌우에 모두 있어 잠시 갸웃했던 머리를 똑바로 세우며 웃어보기도 한다. 바윗길을 올라서니 이번에는 바위로 이루어진 좁다란 길에 다리 쉼을 하게끔 하는 장소가 우리 일행을 반긴다. 쉬며 잠시 튼튼해 보이는 고사목에 걸터앉아 있는데 누군가 내 가벼운 몸무게를 갖고 시비를 건다. '형님이니까 앉아도 괜찮지 누구같으면 어찌 될거라고...' 누군가는 북쪽 골 건너 사면에 조림지역을 가리키며 '유한 킴벌리'라고 말한다. 광고의 위력이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곳에서 한잔하고 가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뒷전으로 하고 몇 발짝 내려섰다 침니(바위가 갈라져 생긴 넓은 틈새) 같은 곳을 지나 올라서니 꼭대기에 새집을 얹은 6각의 표지목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상수리, 싸리 등 잡목에 둘러 싸여 조망을 신통치 않다. 오르면서 본 소나무들은 유난히도 건강해 보였고 그 솔빛 또한 눈부실 정도로 깨끗했으며, 곳곳에 자리한 고사목이 거대한 산수화의 아름다움에 극치를 가하고 있었다. 정상에서는 간식은 물론 막걸리로 정상주를 즐기고 떼거리 폼도 두어번 잡으며 이삼십분 휴식을 취한 후 출발한다. & 정상을 출발 후 얼마 안 가 삼근암쪽으로 내려설 수 있는 치마바위 갈림길에 이정표가 반긴다. 내 앞에서 걷고있는 은정이, 다우리, 래미 셋이는 쉴새없이 종알종알...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이곳부터 기맥은 남서쪽을 향하며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져 안부를 지나 올라서면 867.2봉인 널찍한 헬기장이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다음 구간에 밟아야 할 수리봉 일대의 병무 발교 대학산 등 봉우리들이 고만고만하게 키재기를 하고 있고, 북으로는 서석읍내 뒤로 아미산이 병풍을 두른 듯 하다. 또한 동남쪽으로는 기맥에서 갈라져 나온 봉복산 줄기가 한없이 부드럽게 저 골 건너에서 넘실댄다 헬기장에서 남서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이 잠시 숨을 돌렸다가 바위지대를 우회하여 가파르게 사면을 올라서면 왼쪽으로 능선이 잘 발달되어 있고 기맥은 정서쪽으로 방향을 틀게되는 지점으로 잠시 방향감각이 어리둥절해질 수 있는 지점이다. 된비알을 헐떡거리며 올라와 모두를 한숨을 돌린다. 기맥길은 능선을 따르는게 아니라 능선을 넘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우회해서 올라온 봉우리를 짧게 트래버스한 후 곧 다시 능선으로 붙어 860봉을 향한다. 그러나 860봉은 기맥에서 약간 비켜 앉아있다. 능선에 붙어 약 2백여미터 진행하면 약한 오름의 끝 무렵에 표지기들이 뭉터기로 붙어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을 지나며 기맥길은 바로 우측으로 거의 90도 정도 방향(북쪽으로)을 튼다. (많은 표지기들은 아마도 삼근암쪽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이 운무산을 향할 때 860봉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같다) 이 지점은 신경쓰지 않으면 쉽게 지나쳐 860봉으로 향하게 되어 특히 조심할 곳이다. 길 또한 860봉 쪽으로 아주 뚜렷하다. 하지만 우측에 표지기가 몇개 붙어있으니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염려할 바는 못된다. 앞서 간 우리 일행들도 860봉까지 진행을 하고 말았는데 뒤에서 돌아오라고 소리를 쳐보지만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지 별로 반응이 신통치 않다가 결국은 되돌아오고야 만다. 수리봉 그리고 문바위. 이제 지도에는 표기가 안되었지만 일부 산행 개념도에 보면 표기된 문바위와 수리봉을 향한다. 능선을 따르다보면 수리봉 직전에 능선이 뚝 끊겨 조심스레 내려섰다 다시 비좁은 바위지대를 올라서야 하는 곳이 문바위다. 겨울철 눈이나 빙판길일 경우 이곳을 보조자일 없이 통과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문바위에서 올라서면 바로 수리봉이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지나온 운무산과 삼근암쪽으로 내려서는 치마바윗길 쪽 능선의 조망이 아주 좋다. 수리봉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며 휴식과 함께 몇몇이 사진도 찍는다. 응봉산에 이어 두번째 함께 산행을 하는 은정이가 솔잎 타령을 하길래 새순같이 연한 놈으로 한 웅큼 뽑아주고, 막강한 권력의 조편성 및 준비물 담당이 시장하시다는 말씀에 호두 비스무리한 건과 몇쪽으로 아부도 해본다. ^^ 수리봉에서 한뜸 내려서면 삼근암과 속실리쪽을 넘나드는 안부에 이정표가 반기는 데 그 내용이 좀 믿기질 않는다. 운무산까지 2.1km에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데 좀 어이가 없지만 지나온 길을 생각해보니 굴곡도 심하고 주변 경관에도 시간을 뺏기다 보면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은 아니지 싶기도하다 우리는 하산하는데 2시간 반이 걸렸으니 말이다. 좌우로 길 흔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 안부에서부터 먼드래재까지는 굴곡이 거의 없는 아주 부드러운 산책로 같은 초원길이 이어진다. 길이 특징없이 이어지다 보니 위치 파악도 애매해진다. 삼근암 안부를 지나 길을 따르다 보면 대체적으로 북서쪽으로 향하던 길이 두번의 변화를 주는데 '첫번째' 지점은 북쪽으로 능선이 잘 발달된 지점으로 길 흔적을 잘 찾아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 일대에는 표지기가 길 왼쪽으로 두세개 산발적으로붙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펑퍼짐한 날등을 애써 고집하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는 북서로 향하던 능선이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인데 이 지점 바로 전에 우측으로 길이 갈라진다. (진행방향의 작은 오름에서 내려서는 길과 만남) 또 한가지 이 지점은 평지 같던 길이 살짝 올라서게 되어있어 지도상의 등고선만 갖고는 얼핏 이해가 안되는 지형이다 하지만 좀더 등고선을 잘 읽는다면 판단이 가능한 곳이다. 나도 처음에는 오름이 나오는데 의아해하며 지도를 자꾸 들여다보았는데 그런 내 모습이 못 미더웠는지바로 뒤따르던 은정이를 비롯한 일행들이 따라 오길 머뭇거린다. 약한 오름을 올라서면서 능선은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표지기 두세개가 우측으로 뻗은 내리막 능선쪽에 붙어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먼드래재까지 능선길을 밟으면 재로 내려서기가 마땅치가 않아 먼드래재를 약 1km 정도를 남겨두고 우측으로 하산한 것 같다. 하산길에는 곱게 면사포를 쓴 모양의 버섯(도감에서 본 적이 있는)을 발견하고는 치성님이 사진 기록을 남겼으면 하는 마음에 들고 내려오다 결국 임도로 내려서는 절개지에서 어쩔 수 없이 산자락에 돌려주고 말았다. 그러나 실제로 이 능선길도 임도로 내려서는데 약간의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 임도에 내려서자니 빗방울이 시작된다. 제법 뿌리던 빗방울은 먼드래재에서 버스에 오를 무렵 잦아들었다. 먼드래재에서 시작되는 임도는 운무산 북쪽 자락을 구불렁대고 휘돌아 지난 구간 운무산 전 안부에서 삼년대로 내려서다 뜬금없이 만난 임도로 잠시 혼동을 일으켰던 바로 그길로 이어진다. 먼드래재에는 안에 침대까지 갖추어져 있는 콘테이너 시설이 하나 있고 넓은 공터도 있다. 다음 구간을 위해 숲에 들어서는 지점을 눈여겨 보아둔 뒤 이벤트를 위해 버스에 오른다. 오르자마자 된장 타령이다. 멍에 발라줄 된장이 어찌 됐다면서 민가에서 얻든지 사든지 한다며 황장곡 초입 첫번째 민가에 차를 세우곤 뒤꼍 장독대에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를 보며 여럿이 어떤 것이 된장 항아리인지를 놓고 잠시 머리를 굴려본다. 큰놈이 간장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바로 그것이 된장이다. 갱림이는 민가 앞으로 가서 그릇을 주인 할머니께 드리고 기다리는데 정작 일은 뒤란에서 모두 벌어진다. 촌노는 된장을 우리 기대에 훨씬 못미치게 담으시곤 돈은 무슨 돈이냐는 몸짓으로 그냥 갖고 가란다. '그나저나 많이 좀 주시지...' 어쨋든 한집에서 만족을 못하고 또 다른 집으로 들어 보충을 한다. 엊 저녁에 이곳에 들 때는 주님 덕에 색색대고 자는 통에 전혀 낯선길을 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집이 어쩌고 저 집이 어쩌고 하는데 난 도대체 무슨 소린지 건성으로 맞장구를 칠 뿐이다. 어제의 숙영지로 찾아드는 길 옆 들녁에는 벼이삭이 폈고 뜸부기와 해오라기가 나는 모습이 찾아 든 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개울은 지난 장마철에 수시로 퍼붓는 집중 호우에 시달린 흔적이 아직도 역력히 남아있다. 개울가에 있는 몇몇 집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불안해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울 건너 산골짜기에는 두세군데 사태가 나 밭을 송두리째 망쳐 놓은 곳도 있었다. 황장곡 예전에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은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런 곳 어디쯤에다 보금자리나 하나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원점으로 돌아 온 무리들은 이벤트 판을 벌인다. 개울가 몽돌밭위에 그늘막을 치고 멍에 된장을 바르고 한켠에선 멍과 꼬가 준비되는 동안 양돈(? = 양념한 돼지고기)이를 볶아가며 희희낙낙이다. 치성님은 멍 외에 다른 것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그 놈이 맛있게 익기만을 학수고대다. 멍을 다루는 은정이의 솜씨 대장의 노출증(?) 개울물의 시린 느낌 종학형님 지금쯤은 상처가 다 아무셨겠죠 순간순간의 기억조각들에 어우러진 함께 했던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후기를 접습니다. 이벤트가 아니라도 많은 분들 늘 함께 할 수 있기를... 작성 : 한강기맥 기록담당 정건순(JBJ0530) 확인 : 한강기맥 종주대장 주양돈(하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