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사(090118)
내변산에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눈산행을 기대했으나
토요일 내변산 다녀오신 분들의 전언에 의하면 따뜻한 날씨로
눈은 다 녹아 없어졌다는 소식에 세벽에 모인 회원들의 긴급 제안으로
내장산으로 산행지를 정하고 경부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천안 논산 고속도로로
접어 들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령터널을 지나자 운전대의 흔들림이
심상치 않아 자세히 보니 도로가 일부 얼어있는것이 확인된다.
속도를 줄이고 차간거리도 넓혀서 조심스럽게 주행을 하는데 앞서가던 차들이 급브레이크
속도를 줄이면서 겨우 추돌을 면하고 정차는 했는데 옆에서 가던 갤로퍼 승용차가 회전한다.
정차는 했지만 언제 뒤에서 덮칠지 몰라 극도로 경계를 하고 있는데 다행히 뒤의 차들도 서서히
멈춰서서 추가 추돌은 없었다. 앞에 상황을 확인해보니 수십대의 차들이 고속도로에 뒤죽박죽
나중에 뉴스 들어보니 정확하게 22중 추돌사고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고 가벼운 부상자들만 발생한것 같다.
예기치못한 사고로 길에서 1시간 45분을 소비하고 결국은 처음 계획했던대로 변산반도로
가서 트레킹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북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에 있는 개암사는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한 대웅전이 있는 절이다. 불끈 솟은
울금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는데다 단아한 산사의 풍치를 잘 간직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시문에 능했던 기생 매창이 즐겨 찾았던 곳이라는 개암사는, 산문 밖 일주문에서 절로 오르는 길이 아름
다워 가을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변한의 왕궁터였다는 곳답게 풍수도 제법 좋아 보인다.
부안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고창 쪽으로 9.5km 달리다 감교리 봉은마을에서 우회전해 2.4km 더 들어가면
아홉 번 굽는다는 '개암죽염'을 만드는 곳과 시원한 개암 저수지를 지나 '개암사'에 이르게 된다.
거대한 화강암으로 받침거북을 삼고 십이지상으로 공포를 장식해놓아 절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일주문을 지나 200m 가량을 더 오르면 개암사 초입에 해당하는 부도밭에 이른다. 마땅한 주차장이 없어
부도밭 한켠에 세워둔 차량 몇 대를 지나 단풍나무가 주조를 이루고 있는 절길로 접어들자 환상적인 나무
터널이 객을 반긴다. 굵은 냇돌이 박혀있는 절길은 짧지만 단숨에 절마당으로 이어지지 않고 느긋하게 허
리를 틀 듯 굽어 있어 사람들에게 '여유'의 참멋을 일깨워준다. '절이 아름다운 곳은 산문 밖 일주문으로
오르는 길도 아름답다'던 누군가의 명언을 새삼 감탄하며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절 입구의 작은 돌다리를 지나 절 마당에 이르면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우뚝 솟아 있는 울금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하면서도 장중한 멋이 느껴지는 울금바위 아래로는 대웅보 전의 경쾌하면서도 날렵한 처마
도 함께 보인다. 마치 두 팔을 벌리고 객을 반기는 듯 밝고 소박한 산사의 풍경에 취해 토담의 쪽문을 밀
치고 들어가면 작설차를 끓이는 노승을 금방이라도 만날 것 같은 기분에 쉬 도취되고 만다.
그런 개암사는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묘련왕사가 변한에 있는 궁전을 절로 고쳐 지을 때 묘암의 궁전
을 묘암사, 개암의 궁전을 개암사라 부른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 후 40여 년 후인 통일신라 문무왕
16년 (676년)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이곳에 들어와 중창했으며, 고려 충숙왕 원년(1313년)에는 원감국
사가 순천 송광사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중창하면서 황금전, 청련각 등 30여 동의 건물을 지어 대규모의
사찰을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많이 축소돼, 가운데 축대가 가로놓여 있는 절안에 대
웅보전, 응진전, 요사채, 그리고 역시 요사로 쓰이는 월성대 정도만 있어 한적한 편이다.
이 중 개암사의 본전인 대웅보전(보물 제292호)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각지붕 다포식 건물로, 건물
규모에 비해 우람한 기둥을 사용하고 있어 안정감을 주며, 공포의 외부조각이 힘있게 처리되어 있어 장중
하다. 또 건물 내외부의 용두 및 봉화 등의 조각과 불단 위의 보개 등이 매우 화려해 세련된 느낌도 준다
. 동시에 단청을 쓰지 않은데다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울려 개암사는 소박한 자연미까지 풍긴다.
이밖에 개암사에서는 대웅보전 좌측에 있는 응진전의 부처님과 16나한의 재밌는 표정, 연화문로 장식을
한 동종(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6호),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 지장보살 의 형상을 한 청림리 석불좌
상(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23호), 보물 제1269호인 영산회쾌불탱도 빼놓지 말고 들러보아야 한다.
또 개암사 뒤에 있는, 옛날 변한의 유민들이 우진암이라 불렀던 울금바위도 볼 만하다. 개암사 뒤편 산길
을 따라 30여 분쯤 걸어 올라가면 닿게 되는 울금바위에는 모두 세 개의 동굴이 있는데, 그 가운데 원효
방이라는 굴밑 조그만 웅덩이에는 물이 괴어 신기하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물이 없었으나 원효가 이곳에
수도하기 위하여 오면서 부터 샘이 솟아났다고 하는데, 그곳에 서면 산아래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좋다. 이 울금바위를 중심으로 한 울금산성(지방기념물 제20호)도 백제 부흥운동을 폈던 사적지로로 유명
해 들러보면 좋을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