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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9주년 아침에 배달된 아들의 편지

하눌이 2010. 1. 27. 10:43

 

 

아침에 늦잠을 잤다.

보통 6시 MBC뉴스 시간을 알리는 텔레비젼 소리에 맞춰서 눈을 뜨는데

오늘은 웬지 조용하다.

텔레비젼을 켜보니 7시 26분을 알리고 있다.

용수철 처럼 튕겨져 나와 목욕탕으로 들어갔는데

와이프가 빨간 봉투 하나를 들고 왔다.

아들 우현이가 밤새 편지를 적어 식탁에 놓아 두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오늘이 와이프하고 나하고 결혼한지 19년이 되는 날이다.

씻고 있는 나를 향해 와이프가 편지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무척이나 감격스런 모양이다.

결혼 19주년 아침에 너무나 행복한 선물을 받았다..

 

편지 전문

 

어머니 아버지께!

엄마, 아빠! 저 아들 우현이에요.

내일이 결혼기념이시라기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됬답니다.

평소때는 기회가 없어서 편지를 쓰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제가 어머니 아버지께 뭘 적어서 드린건 지금까지 반성문이나 공부 계획표 뿐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편지를 쓰니까 기분이 색다른 데요? ㅎㅎ

일단 두분 결혼 기념일 축하드려요.

선물을 준비 못했는데이렇게 편지라도 써서 마음을 드려야 겠네요.

항상 좋은 길로 인도 해주시고 먹여주시고 키워주시고 아껴주시는거 항상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잘못했을 때 지적해 주시고 힘든 결정할 때 항상 옆에서 조언 해주시고 응원 해주시는거 너무 감사드려요.

또한 잘못했어도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다. 담 부터 잘하면 된다' 라고 격려해 주셔서 지금의 저가 있는거 같아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아빠와 한라산 가는데 이제 고2다 보니 같이 다닐 시간이 많이 없을것 같아

이번에 정말 좋은 추억 만들고 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엄마랑도 자주 많은곳을 못가본 거 같아 아쉽네요.

제가 커서 엄마하고 아빠랑 같이 이곳저곳 자주 여행 가요.

그리고 요즘 다시 공부 안하고 나태해 진것 같아 오늘을 계기로

정말 열심히 해볼께요.

2학년때는 진짜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 많이 올리고 기쁘게 해드릴께요.

이번 기말고사에도 이 악물고 열심히 했는데 노력한 만큼 성적이 안나와서 저도 서운했지만

엄마 아빠도 많이 서운 하셨을꺼예요.

이제는 그런일이 없도록 더 열심히 할께요. 약속 드릴께요.

저도 엄마 아빠처럼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다니면서

꼭 엄마같은 마누라랑 결혼해서 이쁘게 살께요.

그리고 꼭 삼겹살집 차려서 꿈도 이룰께요

아빠하고 엄마도 오래오래 사시면서 제가 항상 승승장구 하는 모습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언제나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셔야 되요.

엄마는 저의 활력소고 아빠는 저의 엔돌핀이시잖아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하는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