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3일째
8월 2일
04:20 기상
04:30 가라사와다케에서 일출 조망
05:40 조식
06:50 호다카다케(穗高岳) 산장 출발
08:00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3,190M) 정상 도착, 사진 촬영(선두 07:30 도착)
09:50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 3,090M) 분기점 기미코다이라(前穗高分岐(紀美子平)) 도착
10:55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 3,090M) 왕복산행
12:35 다케사와(岳澤) 휘테 도착, 중식
14:40 가미고지 도착, 배낭정리
15:45 버스 탑승
16:20 히라유(平湯) 도착, 온천욕
17:40 석식
18:20 가나자와(金澤)로 이동
21:00 호텔 도착, 자유시간
어제 마신 술 탓인가? 세벽녁 일찍 눈을 떴다. 술 탓보다는 방광을 꽉 채우고 있는 배설감이 더했던 모양이다. 서둘러 화장실을 다녀와서 잠시 뒤척이는 사이에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지만, 어제 밤에 약속했던 오늘아침의 가라사와 다께에서의 일출은 도통 관심이 없나보다. 하긴 침대에서 봐도 동쪽의 지평선이 훤하게 들여다보여 굳이 가라사와 다께까지 오르지 않아도 훌륭한 일출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귀차니즘을 달고사는 나였지만 산장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입에 알콜 기운이 남아있어, 알콜을 제거하기 위한 산행을 해 두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가라사와 다께로 올랐다. 이미 종목이와 희식이 그리고 혜경이와 희주가 앞서서 오르고 있었다.
가라사와 다께 정상에 오르는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제 안개와 가스속에서 통과한 가라사와 다께에서는 어제 우리가 산행을 했던 야리가 다께 정상에서부터 능선길이 굽이 굽이 세벽 여명속에서 펼쳐져 있었다.
여명속의 야리가다께와 어제의 산행길
언제나 그렇듯이 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릴때는 알 수 없는 벅찬 거시기가 느껴진다. 이국땅 산속에서 바라보는 일출.. 남들은 소원을 빈다지만 난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해는 손톱만한 불덩어리가 부끄러운 듯 솟아올랐다. 종목이는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희식이는 동영상 촬영을 위해서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희주는 묵묵하게 바라보고만 있었고, 혜경이는 울먹울먹...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감동이 사라질까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또 여정을 떠나야 하니 아쉬운 발걸음으로 산장으로 내려왔다.
호다까 다께 산장에서의 아침은 어제 저녁보다는 형편없었다. 야리가 다께 산장에서와 거의 유사한 아침식사, 된장국에 쌀밥 그리고 나물 몇 가지.. 깔깔한 입속에 아침을 눌러 먹고, 호다까 다께 산장을 떠난다.
산장을 떠나자 마자 급경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오늘의 정상, 아니 일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오쿠호다까 다께(奧穗高岳 3,190M)까지 급경사가 이루어진다. 1진과 2진으로 나뉘어 어제 가라사와 다께를 오를때만큼은 아니지만 심한 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호다까 다께 산장 출발 직후 급경사
30여분을 오르니 오쿠호다까 다께 산 정상이 보인다. 오쿠호다까 정상은 일본에서 3번째라는 명성때문인지 일본인들이 정성을 들여놓은 모습이 보인다. 정상은 비교적 완만하였지만 정상지점에 두개의 석축을 약 3m정도 쌓은 다음 진행방향에서 왼쪽에는 아주 작은 신사를, 그리고 오른쪽에는 오쿠호다까 다께의 주변 산세를 동판에 새겨서 올려 놓았다.
오쿠호다까 정상에서 본 히다 산맥은 아름다웠다. 천왕봉에서 반야봉쪽을 바라보는 느낌과 흡사하다. 어제 야리가 다께에서 이곳까지의 능선이 굽이 굽이 이어져 있다. 천왕봉에서 역시 노고단부터 이어지는 능선이 굽이굽이 다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지리산의 능선이 완만한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졌다면, 이곳의 히다 산맥은 날이 서있는 칼 능선으로 이어졌다.
히다산맥과 지리산 종주 능선
이곳에서 한시간 이상의 휴식을 가졌다.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향해서 포즈를 취하고, 신사를 태극기로 가리고 사진을 촬영했다. 저들이 일제 강점기에 인왕산을 비롯하여 전국 방방곡곡 명당자리에 박았던 쇠말뚝 대신에 일본인들이 성스럽게 섬기는 신사를 태극기로 기를 빼앗고 싶었던 모양이다. 일행 전원이 태극기를 두르고 신사 앞에서 사진도 찍고, 너무나도 파란 하늘과 능선을에 심취해 한참이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쿠호다까 다께에 만들어진 신사 그리고 태극기, 일제 강점기때 박은 쇠말뚝
앞으로 진행할 방향에 마에호다까 다께(前穗高岳 3,090M)가 버티고 있다. 능선이 역시 칼능선으로 위험하게 버티고 있다. 우리는 마에호다까 다께(前穗高岳 3,090M)의 9부 능선에 있는 기미코다이라(前穗高分岐(紀美子平))를 경유해서 다케사와(岳澤) 휘테로 하산하게 된다. 기미코다이라(前穗高分岐(紀美子平))는 마에 정상과의 분기점인데 마에를 다녀올려면 여기서 배낭을 벗어놓고 다녀와야 한다. 왕복 산행시간은 40여분, 정상 조망시간까지 하면 1시간 정도 더 소요되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이 마에 까지의 산행을 포기하고 희식이를 포함한 몇 명만이 다녀왔다. 그러나 우리 일행이 마에에 도착할 즈음 가스가 차기 시작하여 정상 조망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쿠호다까 다께 정상 신사에서 태극기로 자행한 만행(?)에 보복을 한 것 같다.
마에호다까 다께 왕복산행을 포기하고 일행은 곧장 하산이다. 여기서 다케사와(岳澤) 휘테까지는 급경사를 2시간여 내려가야 한다. 이틀 동안 3,000m 급 산행을 마감하고 하산하려니 아쉽지만 그것도 잠시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은 급경사가 이어지므로 발끝만 보고 내려가는 꼴이 된다. 그래도 중간 중간 조망 좋은 곳에 휴식공간들이 있어 내려온 길을 올려다 본다. 하늘을 이고 있는 능선길을 지나온 뿌듯함을 가슴에 안고.. 그러나 서서히 몰려든 가스가 이내 정상부근을 가려버리고 만다.
2시간여를 하산한끝에 다케사와(岳澤) 휘테에 도착했다. 고도를 내리자 날씨는 위에서 느끼는것보다 훨씬 더웠다. 내리막이 주는 목마름 때문에 생맥주(한잔에 700엔)와 사과(1개에 350엔)를 사서 만찬을 벌렸다. 홍석이형과 예자, 인숙이 그리고 동기와 내가 선두로 내려와 사과 안주에 생맥주를 시원하게 한잔하고 나니, 알콜이 땡기기 시작했다. 산장에서 싸준 도시락을 꺼내놓고, 홍석이형이 17년산 위스키를, 그리고 내가 비상용으로 꼬불쳐 놓은 꼬냑을 꺼내 산행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후미까지 안전하게 다 하산을 하고 점심식사까지 마쳤다. 이제 나머지 2시간 정도의 하산길만 남았다 이제부터의 등산로는 우리나라 여느 등산로와 비슷하다. 경사도도 그렇고 수목들 역시 익숙한 수목들이다. 무엇보다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바위와 돌로 된 길을 걸었지만 지금부터는 흙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다케사와(岳澤) 휘테를 출발한지 50분정도, 조잘조잘되며 웃음거리가 한창일때 쉬원한 바람이 나오는 어름골이 있다. 이곳이 일본판 얼음골 후우게쯔(風穴)이다. 경사진 땅속에 구멍이 숭숭 뚤려 있으며 구멍 안에는 얼음덩어리가 있다.
다시 30여분을 내려오니 등산로 입구가 있는 삼거리 도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후미까지 완전히 하산하도록 기다린 다음 가미고지로 향한다.
이곳부터 약 1km정도는 생태학습지로 습지 위에 1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나무다리를 두줄로 만들어 놨다. 최대한 자연 상태를 보존하기 위한 저네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광경이었다.
다시 30여분을 내려오니 갓바바시(河童橋) 바로 직전에 어제 아침에 헤어졌던 재화형님과 학근형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여전히 학근형님은 이틀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밑에서의 경험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이렇게 해서 2박 3일의 일본 북알프스 산행, 즉 히다산맥 종주 산행을 마쳤다. 가미고지 산장에서 맡겨둔 짐을찾아 재 정리한 다음 가미고지 터미널에서 알펜투어에서 알선한 버스를 타고 히라유(平湯) 로 이동 한다음 온천에 몸을 맡겼다. 온천을 하고나오자 고맙게도 하루종일 참아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재미없이 길기만 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돼지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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