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행사진

매화마을을 가다

하눌이 2009. 3. 24. 09:54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수녀시인 이해인님의 '매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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