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세벽 2시 거의 뜬눈으로 뒤척이다 2시정각을 확인하고 있는데 산악가이드 텐트에서 인기척이 난다.
김철 황해룡과 산악가이드 2명이 기상을 해서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서둘러 일어나 대원들을 깨우고 침낭 넣고 텐트걷고, 다시 식량을 배분하고 오늘 산행중 먹을 물을 계곡에서 보충한다.
한어계곡까지 약 5시간동안은 물이 없기 때문에 물을 챙기는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방은 이미 밝아진 상태이며 새벽에 별이 총총하던 하늘은 구름인지 가스인지 도통 까맣다.
밤새 타오르던 모닥불은 불씨를 넓게 하여 화력을 죽인뒤에 파랗고 큰 나뭇잎을 뜯어서 불씨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덮어 정리를 한다.
우리 대원들은 산악가이드들이 어제 모닥불을 피우는것도 그렇고 불을 정리하는것도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들에게는 산에서 살아가는 익숙한 방식일 것이다.
03시 18분 야영지를 떠나 산악가이드가 이끄는 길을 조용조용 뒤따른다.
탈북자들이 안내원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어디인지도 모르고 마음졸이며 따라갈때의 심정이 이런것일까?
1시간쯤 급경사를 오르고 나니 수목 한계선을 벗어난다.
세찬 바람과 함께 가스가 가득한 하늘이 움직인다. 가끔씩 파란 하늘이 가스 사이로 보이는게 해가 뜨면 날씨는 좋아 질것 같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수목한계선을 벗어나 능선을 오르니 아래에 서파에서 올라오는 버스 주차장이 보인다.
서파 종주를 하기 위해서는 어제 우리가 남파산문에서 관면봉까지 타고 올랐던 것 처럼 서파산문에서 저곳까지 버스로 왔다가
저곳에서 내려 5호 경계비까지 1236개(계단 숫자는 다양하게 표시되어 있지만 약 1200여개가 되는 것 같다)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야 한다.
우리 대원들은 계단과 평행하게 오른쪽 능선을 오른 다음 5호 경계비 바로 아래서 마천우 방향으로 접어든다.
이제 본격적인 서파 종주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시간이 05시 20분
마천우로 오르는 길은 된비알이다.
가스로 앞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앞사람 뒷태만 쳐다보고 오른다.
등은 땀이 배어있지만 천지에서 넘어온 세찬 바람이 온몸을 한기로 몰아넣는다.
마천우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다시 청석봉을 향해 오른다.
하늘은 열릴듯 말듯.. 아직은 천지를 보여주지 않고 청석봉 봉우리만 가렸다 열렸다를 반복한다.
청석봉에 서자 하늘이 잠시잠깐 열리면서 천지가 보인다.
어제 남파에서 보았던 천지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안개에 가려진 천지가 가렸다 보였다를 반복한다.
천지를 앵글에 담아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다행이 해가 비추면서 건너편까지 어스름하게 보이는 천지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계절은 한여름이지만 체감 온도는 한겨울이다
지금 시간이 아침 7시. 야영지를 떠난지 3시간이 좀 못된 시간이다.
햇볕이 강해지면서 안개가 그 기세를 점점 잃어가기 시작한다.
청석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다
지금까지의 길은 전형적으로 완만한 육산의 형태였는데 청석봉과 백운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의 바윗길이다.
날씨가 좋으면 바로 앞에 중국쪽의 최고봉인 백운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일텐데
아직은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청석봉에서 안부로 다 내려왔을 무렵.
이제 백운봉이 뚜렷하게 보일만큼 날씨는 개어 있었다.
어제는 느끼지 못했던 웅장함이 있었다.
완만하게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보여주던 백두산이 청석봉과 백운봉과 같은 거친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펼쳐진 능선과 초원을 거느리고 있었다.
건너편 백운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20여분 완만한 경사를 내려간다.
가스가 걷히고 바람이 멈추면서 기온이 올라갔다.
20여분을 내려가니 차디찬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게 된다. 한허계곡이다.
한허계곡은 백운봉과 청석봉 사이의 안부에서 서쪽 아래로 형성되어 있는 계곡으로 천지물이 스며들어 계곡을 이룬다고 한다.
지금 시간이 7시 40분이다.
야영장을 떠난지 4시간 20여분이 지났다.
변변하게 쉬어보지도 못하고 아침도 못먹고 이곳까지 왔다.
눈뜬 장님처럼 가스에 가려진 백두의 모습을 볼 수도 없었고, 뭔지 모를 불안감에 앞장선 대원의
뒷꽁무니만 바라보고 묵묵히 이곳까지 진행을 한 것이다.
모처럼 만난 오아시스다
세벽에 만났던 바람도 가스도 추위도 이제는 없다.
모두 양말을 벗고 계곡물에 탁족을 하고 양치질 그리고 얼굴에도 물을 공급한다.
햇반에 어제먹고 남은 돼지고기와 등심을 후라이펜에 굽고
라면을 끓인다.
소주가 한순배 돌고 배가 부르니 이제 부러울것도 없다.
꽃단장도 다시하고 천지에서 내려오는 물을 떠서 커피도 한잔씩 하는 호사도 부려본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다시 백운봉을 향해 오른다.
백운봉으로 오르는 길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한허계곡 아래서 백운봉까지는 족히 100여분이 소요된다.
1시간쯤 오르니 만년설벽이 가로 막는다.
설벽을 바로 내려가지 못하고 우회하여 백운봉과 녹명봉 안부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놓고
백운봉에 오른다.
사시사철 운무가 끼어 있다는 백운봉은 벌거벗은채로 서있다.
백운봉에서 바라보는 천지는 눈이시리다 못해 아프다
뚜렷하게 소원을 빌지는 않아도 경건한 마음으로 한참을 내려다 보다가 빗방울이 드는 것 같아 서둘러 하산을 한다.
일행은 이미 많이 가 있었다.
녹명봉을 뒤로 하고 이제 하산이다.
소천지쪽으로 하산을 할것인지 온천지역 쪽으로 하산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소천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시작한다.
넓고 넓은 백두산 자락에 묻혀 자유를 만끽하면서....
어제 남파에서 시작하여 서파와 북파를 잇는 산행이 이제 마무리 되어간다.
하산길은 광활한 초원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이제 내려가서 온천을 하고 짚차를 타고 천문봉으로 오르면 백두산에서 이틀이 마무리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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