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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 2

하눌이 2007. 4. 4. 13:42

산행 2일째

8월 1일 야리가 다께에서 호다까 다께 산장까지 : 날씨 맑은후 흐림, 가랑비.

04:20 기상

05:30 조식

06:35 야리가다케(槍ヶ岳) 산장 출발

09:05 미나미다케(南岳 3,032M) 산장 도착

13:20 기타다케(北岳 3,106M) 도착, 중식

17:00 호다카다케(穗高岳) 산장 도착(선두 15:30 도착)

18:00 석식

22:15 취침

3,000m가 넘는 곳에서 하룻밤이 지났다. 지난밤 22시쯤 잠이 들었는데 03시쯤 되니 소란스러움에 잠이 깨었다. 이웃팀에서 야리가 다케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벌써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잠은 깼으나 일어나기 싫어 뒤척이다가 4시쯤 전원 기상을 했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고산에서의 첫날밤을 뒤척이다 깨어나서 동료 대원들의 안부를 묻고, 특히나 재화형과 학근이형 그리고 어제 하루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린 예자님의 안부가 가장 궁금했나보다. 다행이 예자님은 밤새 화장실을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 어느정도 안정이 된 모양이다. 그러나 재화형과 학근이형은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에 야리가 다케 정상을 갔다가 어제 우리가 왔던 길로 하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침식사.. 일본 된장국과 쌀밥, 그리고 연어구이 한조각, 연뿌리, 김, 단무지약간, 그리고 나물무침 조금이 아침식사의 식단이다. 반찬 쟁반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된장국에 쌀밥을 말아서 어그적 어그적 밀어넣는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돋아난 혓바늘 때문에 입안은 깔깔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어떡하랴, 가기위해서는 먹어둬야 되는걸....

야리가다께 산장에서 제공한 아침식사 식단, 여기에 된장국과 쌀밥이 추가된다.

06시 35분 출발

날씨는 깔끔하게 개어 있었다. 어제는 가스에 가려 한치앞도 보이지 않던 등산로가 선명하게 보인다. 어제 올라오면서 산장이 보였으면 더 힘들었을까? 아님 덜 힘들었을까? 생각해보지만 뭐라 확신하기 힘들다. 목표가 뚜렷하게 보였을 때와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도달할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본인이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개체별(?)로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님이 눈을 뜬것처럼 어제는 볼수 없었던 풍경이, 그것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장쾌한 능선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제 또 가스가 덮쳐서 이 장면을 감춰버리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다들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다.

야리가 다케 산장 앞에서 어제 우리가 올라왔던길을 배경으로...

산장 뒤편으로 보이는 옥구마로야마 능선, 어느산이나 급경사를 이루면서 협곡에 남아있는 잔설이 스키장 슬로프를 연상케 한다.

산장을 출발하여 오밀조밀하게 조성된 야영장을 지나면 곧바로 150m정도의 고도를 낮췄다 다시 오르게 되면 이내 오바미 다께(大嗆岳, 3,101m)에 이르게 된다. 후미에서는 이곳에서 야리가 다께를 감상할 욕심으로 쉬었다 가자고 리그를 날려오지만, 예자님이 너무 지체하지 말고 빨리 진행하기를 종용한다. 오늘 날씨도 14시정도에 능선에서 비가 올거라는 예보를 야리가 다께 산장에서 확인을 하였기에 좀더 빨리 진행해서 비 맞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감이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한다.

오바미 다께를 막 지난 능선길

07시 35분, 오바미 다께에서 평이한 길을 걸어 나까 다께(中岳, 3,084m)에 도착했다. 오바미 다께에서 앞으로 가야할 미나미 다께(南岳, 3,033m)까지는 조망이 툭 트이는 평이한 길이다. 위험하지 않고 여유롭게 즐기며 진행 할 수 있다. 나까 다께에서는 약 20분 정도를 내려간다. 급경사지만 위험하지 않는 길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면 나까 다케 북동쪽 협곡에 쌓인 만년설 밑에서 흘러나온 샘이 있다. 손을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물이 깨끗하게 흐르고 있다.

좀더 내려간 안부에 배낭을 내려놓고 동쪽 협곡을 조망 해본다. 동쪽 협곡은 어제 우리가 산행을 했던 곳이다. 기왕 쉴려고 한 것 간식거리를 차려 들고 앉아서 어제 올라왔던 길을 차근 차근 찾아본다. 옆에서 희식이가 우리가 비를 맞기 시작했던 부분부터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라오는 길을 찾아서 설명해준다. 길은 멀리서 봐도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저 급경사를 올라왔다는 대견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좀전에도 고민을 했지만 어제 가스가 차지 않고 저 위치에서 산장이 보였다면 좀더 덜 힘들었을까..? 아냐 더 힘들었을 거야 하는 질문을 해본다.

20여분을 쉬었다. 인숙이랑 예자는 벌써 출발을 했고, 주위의 풍광을 아쉬워하면서 주섬주섬 챙겨 구릉처럼 형성된 미나미 다께를 향하여 발을 재촉한다.

08시 50분 미나미 다께(南岳, 3,033m) 정상 도착, 선두그룹을 형성한 몇몇이 정상 표지석을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미나미 다께 산장으로 향한다. 미나미 다께 산장은 정상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안부에 자리잡고 있다. 야리가 다케 산장보다는 그 규모가 작지만 안부에 따뜻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너무나 화창하고 좋은 날씨, 그리고 힘들지 않은 산행에 다들 어제의 힘든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은 듯 했다. 이곳 미나미 다께 산장에서 컵라면으로 간식을 먹고 진행하기로 했다. 가스버너에 물을 끓이고 각자 가져온 컵라면을 준비하고 부족한 물은 산장에서 구입을 했다. 물은 1리터에 200엔.

어제 야리사와 롯지에서부터 우리 일행과 계속 같이 산행을 한 일본 처자가 한명 있었다. 이름은 노리코(일본어로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슴, ..子일텐데..), 나이는 27세, 집은 고베, 직업은 간호사... 우리팀에 임자없는 총각인 동기가 노리코와 친구가 되어 산행을 했는데 그동안 이메일 주소도 주고 받고 꽤 친해졌다. 노리코 역시 자기가 가져온 赤米라는 간식을 꺼내 놓는다. 아마 우리의 햇반과 비슷한 것 같았다. 라면을 권했더니 이내 들고 먹다가 어쩔줄 모른다. 한참을 기다린 다음에 못먹겠으면 그만 두라 했더니 얼굴이 희색이 되어 얼른 내려 놓는다. 아쉽지만 노리코하고는 여기서 작별을 해야 한다. 노리코는 우측의 槍平小屋쪽으로 하산 해야 한단다.

40여분의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노리코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미나미 다께 산장을 출발했다.

노리코양... 여기서 헤어지고 동기는 하루종일 서운해 했다.

오늘 산행 코스중 3군데의 위험 구간이 있다. 그 중 첫 번째 위험구간이 시작 되는 곳이다. 약 250m의 고도를 직 하강으로 내려가야 한다. 등산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돌들로 쌓여 있는데 발을 잘못 두거나 손을 잘못 잡으면 돌이 굴러 떨어지는 낙석 위험이 있는 곳이므로 서로가 신중하게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그동안 몸에 지녔던 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걸고, 한발한발 신중하게 내려간다. 사실 위험하긴 하지만 주의만 하면 아주 위험한 구간도 아니다. 중간 중간 쇠사다리가 설치가 되어 있고, 미끄럽거나 홀더가 없는 길이 아니므로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내려가면 이내 내려갈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앞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는 낙석은 절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심 조심 내려오면 황철봉 너덜지대를 방불케하는 바윗돌로 만들어진 안부가 나온다.

주위의 구름들이 포위하듯 달려들다가 다시 내달리고 하여 숨바꼭질 하는 듯한 형상을 만들고 있다.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사진도 찍다가, 지도를 보고 열심히 도상 산행도 해본다. 아직도 멀었다. 위험구간은 계속되어 기타 호다카 다케 최저 안부인 2,748m지점까지는 폭이 1-2m밖에 안되는 칼 능선을 지나야 한다. 만약 발을 잘못 디디면 족히 1,000m는 추락할 수 있는 아찔한 능선이 계속되었다.

미나미 다께산장을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철사다리

급경사를 내려와 만들어진 너덜지대 안부

후미와 교신 그리고 지도를 보며 앞으로 진행해야 하는 여정 공부

칼능선을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는 대원들

한발 한발 신중하게 진행해서 기타호다까 다께 오르막을 남겨둔 안부 2,748m지점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 미나미 다께 산장을 출발한지 2시간 정도 지났다. 갑자기 허기가 졌다. 간식거리를 꺼내먹으며, 마침 일본 젊은사람들이 있어 지도를 들고 현재 위치와 앞으로 진행에 대해 물었다. 현재 위치는 기타호다까 다께(北穗高岳 3106m) 정상을 2시간 정도 남겨둔 최저 안부이고 오늘 목적지인 호다까 다께(穗高岳) 산장까지는 기타 호다까 다께(北穗高岳 3106m) 정상에서 3시간 30분정도 소요되는데 가는 길이 아주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한다.

그럼 지금 시간에 남은 산행시간이 5시간 30분, 점심시간 30분을 포함해서 6시간 정도를 더 산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급경사 오르막을 남겨두고 맥이 빠지는 듯 했다. 뒷얘기지만 일본 사람들은 산행을 절대 빨리 하지 않는다. 아주 안전하게 천천히 하기 때문에 도상에 나와 있는 산행시간의 2/3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게 목적지에 도달 할 수 있다.

선두그룹의 일행을 먼저 보내고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이내 출발했다. 기타호다까 다께(北穗高岳 3106m)까지는 고도 320여m를 거의 직벽으로 올려야 한다. 길은 푸석 바위길을 지그재그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그치만 잠깐 딴 생각하고 오르면 그 까이껏 금방 갈 수 있겠지 하고 첫 번째 봉우리를 오른다. 기타호다까 다께 산장이 손에 잡힐 듯 정상에 버티고 있다.

일본으로 오기전 서울에서 읽었던 후기가 생각 나는 곳이다. ‘기타호다까 다께는 금방 다가갈것처럼 가까이 보이지만 많은 인내력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이 순간 왜 그 후기가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첫 번째 봉우리에서 보았던 산장 지붕은 두 번째 봉우리를 지나니 더 멀리 가 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 모퉁이를 돌았을때 비로소 산장으로 오르는 길이 지그재그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등산로의 표시가 화살표와 둥그런 원을 하얀 페인트로 눈에 쉽게 띄도록 칠해 놓았다. 쉽지 않은 길을 오르니 산 정상 바로 아래 만들어진 기타호다까 다께 산장에 도착했다(12시 50분). 먼저 도착한 희식이 인숙이 예자, 용욱이 그리고 민호가 아침에 산장에서 만들어준 도시락을 꺼내 먹고 있었다.

일본 도시락은 약밥을 커다란 나뭇잎을 삶아서 그것을 이용하여 싼다. 유기물 도시락인 것이다.

이곳 테라스에 앉으니 천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그 때서야 서울서 읽었던 후기가 생각났다. 이곳이 그 유명한 히다나끼(히다산맥의 눈물)라는 곳이다. 누구나 눈물없이 오를 수 없다는 곳.. 그러나 비교적 대원들은 쉽게 오르고 있었다. 아까 최저점에서 일본인들이 두시간 정도 걸린다는 곳을 한 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에 올라온 것이다. 점심식사와 맥주한잔을 하고 후미에게 자리를 맡기고 출발

13시 30분 기타 호다까 다께 정상을 거쳐서 잠깐 내리막을 거쳐서 다시 봉우리를 하나 거친 다음 아까 미나미 다께에서 내려온 듯한 하산길이 다시 시작된다. 역시나 푸석바위로 된 하산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가스가 밀려들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뒤에 오던 인숙이가 “비온다” 라는 말과 동시에 “두시야“한다. 그랬다. 이 북알프스 종주코스인 히다산맥의 여름은 매일 오후 두시면 비가온다. 하루종일 맑은 날은 거의 없다. 어제 야리가 다께를 오를때도 두시를 좀 넘은 시간에 비가 시작 되었고 오늘 역시 그렇다. 내일 그러니까 우리가 하산 했던 그날 역시 이른 시간 우리가 정상에 있을때는 멀쩡했던 날씨가 우리가 하산한 시간에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비가 오는듯한 분위기였다. 아뭏튼, 비가오자 서둘러 배낭커버를 하고, 오버복을 꺼내 입었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단번에 폭우로 변했던 어제 경험상 서둘러 대비를 했으나, 다행이 비는 이슬비 정도로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내리막길은 잠시 방향을 햇갈리게 할정도로 우회를 한다. 그러나 바위에 새겨진 하얀 동그라미가 착실하게 길안내를 하고 있다. 가스가 차 있기 때문에 고도감은 덜 하지만 이 길 역시 칼 능선을 지나고 있었다.

지도에 표기된 최저점에 도달된 시간이 14시 15분, 사방은 이미 가스로 10m전방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제부터 가라사와 다께(凅澤岳3,110m)까지 역시 고도를 300여m 올려야 한다. 후미에 최저점을 알리는 메시지를 날리고, 이내 산행을 시작한다. 여기가 위험구간 3군데중 가장 위험한 3번째 구간이다 앞으로 한시간 정도 위험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오르막길을 쇠사슬, 쇠사다리등을 이용해서 올라야 한다. 쇠사다리는 극히 제한적으로 설치 되어 있다. 사지를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확보가 가능한 곳은 쇠사슬만이 설치되어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참으로 위험한 곳이다. 그러나 대원들 대부분이 등산학교 출신이고 바위를 접해봤던 친구들이라 어렵지 않게 홀더 확보를 하고 잘 올라온다. 가스가 차지 않았으면 국내에서는 느껴보지 못할 고도감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었다. 중간쯤 올라와 약간의 안부에서 선두에 섰던 내가 머리통만한 돌맹이를 굴려보았다. 가스가 가득한 천길 낭떠러지로 공포스럽게 떨어졌다.

한 시간 정도를 직벽에 가까운 길을 진행하다보니 드디어 가라사와 다께(凅澤岳3,110m)에 도착했다. 가스로 가득차 앞이 분간이 안된 가라사와를 그냥 통과하여 10여분 하산하니 오늘의 잠자리 호다까 다께 산장이 눈앞에 쑥 나타난다. 15시 30분 기타 호다까 다께를 출발한지 2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이곳은 어제 야리가다께 보다 분비지 않고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안내에 가서 예약상황을 설명하고 방을 배정 받아 가보니 다다미 한 장에 두사람씩 잘 수 있도록 배정이 되었다. 맨바닥 다다미 한곳과 이층 침상 다다미중 아래층 침상 다다미 절반을 우리 팀이 배정 받았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아직 이른 시간이므로 나와서 천천히 풍광을 감상했다. 한치 앞이 안보이던 가스는 이제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하고 저 밑으로 가라사와 롯지 와 텐트가 보였다.

호다까 다께에서 보이는 가라사와 롯지, 자세히 보면 형형색색의 텐트가 아주 많이 보인다.

이제 힘든 여정은 어느정도 소화를 했다고 생각해서인지 한결 홀가분 해진 대원들이 소주와 안주거리를 들고 마당에 설치된 돌 식탁으로 나왔다.

호다까 다께 산장 앞 마당에 만들어진 돌 식탁.. 1시간 동안 소주백 10개 소화

아직 후미는 교신이 되지 않는다. 가라사와 다께의 직벽이 가리고 있고 설사 교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4개의 손발을 다 쓰고 있는 상황에서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먼저 도착한 팀이 소주팩을 10개쯤 비웠을 때 후미팀이 짠 하고 나타났다. 중간에 한두명 개별로 다니지 않고 선두 7명 후미 7명 이렇게 나누어서 산행을 한 셈이었다. 박수로 환영을 하자 주위에 있던 외국 등산객들도 박수로 환영을 해 주었다. 18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는 어제 야리가 다케 산장보다 한층 나았다. 우리 입맛에 맛는 비프스테이크가 나왔기 때문이다.

호다까 다께 산장에서 제공한 저녁식사..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술 탓인지...

얼굴을 씻고 오랜만에 면도도 하고 밖으로 나와 석양에 떠들썩하게 사진도 찍고 우리는 여유를 만끽했다. 19시 30분 산장 안으로 다들 모였다. 안내에서 개인에게 지급하는 잠자리 번호표를 가지고 제비뽑기를 했다. 제비 뽑은 순서대로 자야한다. 다다미 하나의 폭은 1m정도 그곳에서 두명이 자야 되므로 제비를 잘 뽑으면 부드러운 살을 맞대고 잘 수 있는 것이다.

잠 자리 제비뽑기.. 수진이는 자기 양 옆에 남자가 뽑히기를 열심히 기도중이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양민호 대장이 우리방 나머지 다다미를 코뿔소 산악회에 배정이 됬는데 모종의 술수를 부려서 코뿔소 산악회를 다른방으로 배정받게 해서 방을 통째로 우리가 쓰는 바람에 제비를 잘 뽑은 사람도 다다미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자야 했기 때문에 처음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제비를 뽑으면서 박장대소와 함께 이틀 동안 피로를 확 던져 버렸다. 곧이어 술상이 펴졌다. 무게 때문에 핑퐁게임을 했던 소주팩들이 나오고 각자 배낭에 있던 안주거리들이 나오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20시 30분 산장에서 소등을 했으나 해드랜턴을 켜놓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좋은 밤들 되시라..

앞으로는 절대로 코고는 사람 하고 같은 방에 재우지 말아 달라......

코고는 소리 덕분에 몇몇 사람은 내일 아침 가라사와 다께 정상에서 찬란한 태양을 맞이 할 수 있었다.

출처 :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 2
글쓴이 : 돼지아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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