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낙동정맥

낙동정맥종주 1구간

하눌이 2009. 1. 12. 17:13


피재 ~ 통리 (강원 태백 )
[지 도 : 1/25000 함백,도계   1/50000 태백]

98. 7.25 ~ 7.26
전세 봉고 및 승용차
비, 안개
정구현(종주대장),주양돈(기획),문호준(사진기록),이종철(일지기록)
박종학,정해양,김기훈,전상일,박병선,김흥년,김경림,손순아
최은희,박미선,김현주,임유신,최경영 -17명
7월25일 17:30 종각 출발
23:00 태백 착~ 야영
7월26일 08:00 태백 출
08:20 피재 착
09:10 산행시작
10:30 930봉 착
11:10 두번째 묘지
11:40 932.4봉 삼각점
12:05 느릅재
14:00 도로
14:20 통리역
15:00 태백
한달쯤 전.. 낙동정맥 종주를 처음 제의 받았을때 한참을 망설였었다.
좀 멀기는 하지만 어차피 가는 산행 한달에 한번정도 낙동으로 잡는것 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나이를 떠나서라도 사람의 일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일이라 이년의 시간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가능한 많이 참석하겠다는 의례적인 인사로 슬쩍 빠지려는데 양돈형의 "야 임마... 시집가면 빼주께.." 하는 말에 그만 못이기는척 끼어들고 말았다. 그리고 어쩌다 이렇게 일구간을 마친 후기를 쓰고있다.

한번도 이 시간에 출발해 본적이 없는데 하며 종각으로 나섰다. 아직 해 좋은 저녁이라기에도 이른 다섯시하고도 십오분에 늦은게 죄스러워 실실 웃으며 종각으로 나섰더니 이런... 내가 맨 꼴지다.
백두대간에서 처음뵈어 어느새 정이든 종학님 종철형 양돈형 게시판에 서만 뵙다 오늘 처음뵙는 병선님 그리고 쥐띠 친구들과 호준님 상일님 구현님까지... 역시 압권은 여전히 출석부도 없이 자리 없으면 터미널 로라도 가시겠다며 꿋꿋하게 나오신 해양님이다. 애구.. 나 언제 한번 해양님 출석부 올리는것좀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 높지도 또 낮지도 않은 구름이 파란 하늘을 화폭삼아 농담 잘 맞 춘 동양화처럼 곱게 펼쳐져있다. 옅은.. 짙은.. 구름과 하늘이 어울어 진 모습은... 하늘은 하나가 아니다
그렇게 더위를 타면서도 그래도 여름을 싫어할 수없는 또 하나의 이유. 비 지난뒤 올려다 보는 하늘을 나 더없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오늘까지 보름쯤되나보다. 서울 하늘이 유난스럽게 고와보이기 시작한 것이. 과학적으로야 중국 황하강 유역 에 비가 많이 와 황사가 줄었다는 둥. IMF의 영향으로 서울의 오염도 가 줄었다는 둥. 혹은 이삼일 사이로 꾸준히 한번씩 지나가는 소나기 탓이라는 둥. 할말이 많겠지만 바라보는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 저 행복하기만 할 따름이다.

승용차에 넷. 봉고에 열한명. 꼭 채워 일단 서울은 벗어났는데....... 이야... 낙동이 멀기는 멀구나... 막히는 서울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아 간신히 고속도로 진입 후에도 경부, 영동, 중앙 참 여러군데 왔다갔다 한다.
꼬박 다섯시간...아이고 그나마 구간중에서 이곳이 서울에서 제 일 가깝다던데..... 승용차 옆 좌석에서 좀이 쑤셔 안절부절을 못하며 앞날을 걱정한다.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몰라....

서울 벗어날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영 그칠줄을 모르는 와중에 도 제천 영주를 지나 우리는 어느새 태백에 들어섰다. 백두종주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점점 집이 가까와지는 부산 영도의 경림언니와 속초의 흥년님을 모시러 잠시 통리역에 간 동안 구현님의 그 좋은 입담으로 백두구간종주때 식사한적이 있었다는 식당을 빌어놓으셨다.
그냥 사용해도 된다시는 아주머니의 손에 억지로 이만원을 들려주시는 구현님을 바라보며 해양님과 종학님 짖궂은 기훈님까지 한마디 하신다. 너무 잘해주는 거 같애... 글쎄 말이야저번에 여기서 무슨일 있었나.. 후후.. 가끔씩 만나는 가벼운 농담은 삶에 활력을 준다.

자 내일 산행도 있고 이제들 주무시지요..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면 다 알겠지만 산행하기전 동료들과 나누는 술 한잔을 그리 쉽게 놓아 버릴 사람은 없다. 이제 그만 자죠.. 불끄죠.. 은근한 때론 강력한 항의도 무시하고 12시, 1시.. 시간 가는줄 모른다. 열심히 이야기들 하는데 시끄럽다고 뭐라고 했더니만 화제를 돌린다... 내일 초입을 어디로 정하냐.. 산제를 어떻게 할거냐...... 흠... 저런 이야기들을 하시면 어떻게 구박을해서 재운다냐... 새벽 두시가 지나고 세시가 되었다. 으.....저 웬수들...끝까지 남아서 떠드는 종철이형과 나보다 목소리 큰 유일한 남자 기훈님...기어코 가서 등을 꺼버렸다. 자요!! 좀 자!!
그러면 그렇지 끝까지 남아서 떠들더니만 종철이형 맨바닥에 떨어져서 자면서도 일어날 줄을 모른다. 정말 언제도 이야기 했지만 한번 웬수는 끝까지 웬수다. - 이 형은 아침도 안먹고 산행 시작할때까지 잠만잤다.

먼저 간 악우들에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진행자의 말... 이런때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좋은 일일 것을. 기억 저편에 숨어있다 불쑥 고개를 드는 그리움에 순간 대응할 방법을 나는 잊었다. 악우여... 악우여....
시간과 공간을 너머 이름도 얼굴도 모르면서 벗이라 불리우는 사람들. 잊은 듯 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그리운 얼굴들을 나는 언제쯤 담담히 악우라는 보통명사 안에 넣어줄 수 있을까?
나.. 아주 긴 산행을 시작하고 있어. 이년이나 걸린대.. 보고 있니? 형들이 지켜줄꺼지? 일동 차렷! 다시 이어지는 진행자의 말에 최면에서 깨어나는 환자처럼 나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씨익 웃는다. 자... 일상이다.

삼수령...피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삼수령에서 물을 버리면 버리는 방향에 따라 세곳으로 흘러간단다. 이쪽에서는 오십천(동해)으로 저쪽에서는 낙동강(남해) 또 저어쪽에선 한강(서해)으로... 흥년님이 열심히 이야기하시고 우리는 낙동1구간을 어디에서 시작하느냐로 한동안 소란을피웠다.
[태백산맥은 없다]라는 책을 보면 낙동정맥은 매봉산 동쪽 무명봉(1145)에서 시작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곳에서부터 수자원공사 뒤쪽 - 실질적으로 낙동의 맥이 살아 나는 - 능선까지 연결하는 것이 문제였다. 1145봉에서 백두와 갈라져 목장지를 지나 35번 국도를 넘어 연결이 되는지 아니면 피재까지 백두 능선과 같이 내려오다가 말 그대로 삼수령이라는 피재에서 백두대간과 갈라져 35번국도를 따라 내려오며 연결되는지....
결국 뛰어나신 우리 조상들의 작명 솜씨를 믿으며 피재를 낙동정맥의 기점으로 삼기로 했다. 흠..... 삼수령이라...

순아 너.. 오늘 네가 선두다.. 말이 고맙기는 한데 출발부터 길이 문제다. 백두대간만 하더라도 잘 나있는 길에서 이쪽이냐 저쪽이냐만 선택하면 될일이었지만 - 그나마 길을 잃을만한 곳은 거의 표지기가 부지기수로 붙어있다. - 낙동은 초입부터 길이 보이질 않는다. 목장 관리를 위해 내놓은 길을 따라 가느냐.. 능선으로 들어서느냐 순간 고민을 하는데 낙동정맥 표지기 하나가 능선을 가르키고 있다.
출발!!! 흠... 씩씩하게 출발은 했는데... 앗! 일분도 안돼서 길이 없어졌다. 분명 오솔길이로나마 길이 나있는데 워낙 잡목들이 우거지고 희미해서 한순간만 아차 해도 어느새 길밖을 밀려난다. 반바지 입은 아가씨들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비안개에 시야도 좋지 않고 표지기도 없는 상태에서 길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길을 만들며 능선으로 능선으로 정공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첫번재 봉우리도 두번재 봉우리도 실컷 긁히고 할퀴고 고생고생하고 나면 목장길과 만나자 나까지 맥이 풀린다.
없는 길 만들어 내느라 선두는 양돈형이 맡고 나는 바로 그 뒤를 졸졸 따랐다. 그 속도 따라가느라 이리저리 은근히 부딪혀 멍든거 생각하면 억울할 일이지만 그래도...선두보다는 낫지.....

십만분의일 도엽명 태백 지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한번 오지게 헤매었다. 전혀 시야 확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나마 희미하게 이어져 오던 등산로가 임도를 낼 생각이었을까? 아무튼 잘라낸 나무들로 전혀 찾을 수 없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쪽일까? 저 쪽일까?
한 껏 머리를 써서 잘못들었다 할지라도 주능을 벗어나지 않게 길을 잡고는 내려가다 보니...아뿔사... 계곡이네?
서둘러 능선으로 잡아챈다. 휴...다행이 거의 벗어나지 않았구나. 제대로 마룻금에 올라선 것을 확인하고서도 꽤나 갔는데 표지기가 보인 다.. 아까는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만.. 이거 이 사람들 자신없는데선 표지기 안붙히고 여기가 맞다 싶으면 하나씩 붙혀놓은거 아녀요?

빗물에 소의 배설물에 진흙탕인지 진*탕인지 모를 길을 투덜대며 걷다 보니.. 10여마리의 소들이 고삐에 매어져있다. 사람들도 있을터인데... 나무에 메어져 꿈먹꿈먹 눈만 껌벅이며 우릴 바라보는 소를 보며 얼마전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소 오백마리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문득 생각하면... 이 쪽에서 일이라고는 한번도 해본적 없이 편안하고 배부르게 - 사람으로 치자면 부잣집 귀한 아들처럼 - 평생을 살다가.. 그 곳에 가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을 할터이니.. 넘어간 녀석들이 한없이 불쌍하다. 몇 녀석이나 제대로 견디어 낼려나. 그러고보면...인간은 너무 잔인하다. 이기적이다... 나도 인간인데... 이기적인 면이야 찾지않아도 보일 일.. 내 잔인함은 어느때 드러날까?

아야야야..아야야야..
산사랑 산행에서 처음으로 해양님이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았다. 물론 산행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반바지 입은 다리가 힘들어하는 것! 신음 소리가 한번 날때마다 마음씨 안예쁜 순아는 웃음 참느라 힘들다. 아이 참 이거 .. 큰 소리로 웃을 순 없고..
그러면서도 깔깔대는 나를 밉지않게 보아주시니 - 사실 속으론 무지 미워 하시는지도 모르지만 - 그나마 다행이다.
어머? 양돈형.....
한번씩 이상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서는 양돈형.. 알고보니 나무뿌리 같은것에 부딪쳤을때 아픔을 참느라 일그러진 표정이다. 하하하하... 웃어야지.. 이런땐 참을 수없어!!! - 내 잔인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후후...오래 숨기지도 못하는군
앞으로는 부딪쳐도 아프다 소리 안하고 꾹 참고 갈꺼라면서 씩씩대는 선두의 뒷꼭지를 바라보면서도 나는 웃음을 그치지 못한다. - 내가 아무리 웃어도 또 서서 알려줄텐데 뭘... 여기 조심해...하고.
짧은 반바지에 맨살을 드러내고서도 아무소리없이 잘 따라오는 현주나 미선이를 보니 안스럽기도하고 또 대견하기도하다. 앞서가는 나에겐 도움이 별로 안돼지만 여전히 넘어질 포인트를 뒷사람에게 가르치시는 구현님.. 그리고 종학님과 처음 산행을 같이하는 상일님 병선님도 다들 힘도 안드시는지.. 선두 후미 별 차이도 없이 잘 이어져온다. 하긴.. 끊임없이 다리를 긁는 잡목과 희미한 길.. 신경이 곤두서는 독도를 제외 하면 그리 힘든 산행은 아니다.

드디어 느릅령.. 호한을 피했다는 어느효자의이야기가 가득히 적혀있는 알림비가 하나 서있다. 흐.....한문.. 다행히 느릅령이라구 한글로 써있으니 망정이지... 지도를 보아하니 앞으로 한시간 안으로 끝날 듯하다. - 한시간?? 이때는 야무진 꿈이었다.
900봉을 넘어서 허리만큼 쯤이나 오는 잡목숲에서 길을 잃었다. 잡목 사이로 이리저리 나있는 물길을 따라 간신히 내려서고보니 능선에서 벗어난 것인데... 이것이야 바로 제자리에 돌려섰지만 그 다음이 문제 였다. 아빠랑나랑낙동정맥종주 - 이것을 보니 예전에 한북정맥구간에 오셨던 아빠랑나랑백두대간종주 라는 책을 쓰셨던... 음 이름이 뭐더라 아무튼 그분이 생각난다. 표지기를 보아하니 아드님이랑 다시 낙동정맥 종주를 시작하셨던 모양이다. - 라는 표지기를 마지막으로...길을잃었다. 아주 완벽하게!

이제 곧 산행이 끝난다는 마음과 지도상으로 별다른 갈림길이 있을 것 같지않아 빨리 끝낼 심산으로 열심히 속력을 내어 달렸던 것이 문제.. 역시.. 방심은 금물이야. 시야라도 좋았으면 하산지점이 보일법도 할 만큼 내려선 다음인데.... 헤매고 헤매다 하산을 하고보니..후후 통리 역에서 얼마를 벗어났는지 모르겠다.
에고.... 다음구간은 느릅령부터랜다... 정말 만만찮을 것 같은 낙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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