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낙동정맥

낙동정맥종주 15구간

하눌이 2009. 2. 6. 17:21

 

질고개 ~ 성법령
[지 도 : 1/50,000 청송, 기계]

99. 11.13 ~ 11.14(1박2일)
전세 버스(홍인관광)
맑음
-. 정회원.
조병윤, 정해양, 정구현, 박경희, 박인화,주양돈, 정희식, 문미화, 홍성선, 박미선.
-. 회원 3 및 손님.
인치성, 남궁철승, 방수용, 최기순, 안수연, 한진희, 정재무(정구현+1), 임채희(박인화+1).
-. 안동역 합류.
김성규, 김경림, 김금숙.
-. 현지 합류.
김흥년, 위성구. 이상 23 명.
11월13일 16:32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앞 출발.
21:30 안동역 착, 합류인원 탑승.
23:40 이현리 착, 폐교에서 야영 및 식사.
11월14일 01:00 취침.
04:00 기상, 아침식사.
06:50 이현리 출발.
07:08 580 봉 착.
08:08 갈림길 착.
09:20 785봉 착, 휴식.
09:55 간장치 착.
10:30 706 봉 착.
10:43 통점재 착, 중식.
12:10 식사후 출발.
12:45 776.1 봉 착.
13:12 742 봉 착.
13:46 가사령 착.
14:53 709.9 봉 착.
15:20 성법령 착, 하산완료.
16:18 뒷풀이후 출발.
23:50 양재동 서초구민회관앞 도착, 해산 산행완료.

여잔 눈이 아프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 사는 모든 게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루어진 거 같다. 아주 커다란 것에서부터 아주아주 사 소한 관계까지. 접때 언님이 그랬다. '만남을 위한 헤어 짐'인가, '헤어짐을 위한 만남'인가... 뭐라고 그랬더 라, 한참을 심각하게 양쪽으로 오가다 결국엔 그 말장난 속으로 풍덩 빠져버린. 지금도 그 물음에 선뜻 이거다, 할 수는 없지만 한번씩 속 편하게 뭐든 어떠리,한다. 우 리가 다시 만나기만 한다면야... 그리하여 같이 얼싸안 고 나눌수만 있다면야... 히... 힛... 흐~

왜 웃냐구요? 웃음이 요상하다구요??
어머... 궁금한 것두 많으셔!
만남 - 첫 번째.
- 못 가. 미안해...

여자는 그랬었다. 같이 갈 거라고 참말로 좋아했는데, 날이 다가오자 어느님의 무언의 시위에 굴복하고 말았는

가... 첨엔 그래도 미안해하두마는, 낸중에는 '호호호~' 웃기꺼지 한다. 뻔뻔시럽구로.

출발 시간이 되자 여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어디 어디서 만나서 무엇무엇을 전해준다는데, 전화가 거듭될 수록 그 어디어디가 바뀌어 결국엔 '부산역 2층 대합실' 로 정해졌다.

- 백화점서 두 번이나 방송했어!

여잔 만나자마자 그랬다.

'내가 젤로 부러운 게 뭐냐면 말이쥐... 커피숍이나 백화점, 기타 장소에서 호출당하는 거. 누구누구님 면회 있습니다, 내지는 누구누구님 전화 받으세요... 뭐 이런 거. 알쥐? 그러니까, 백화점에 오믄말야, 안내데스크로 가서 어디어디서 오신 누구누구님... 하고 불러.꼬오~옥!'

- 그랬어??

웃음이 나왔다. 기억하고 고분고분 소원을 들어준 여 자가 참 이뻣다. 못듣고 못만난게 아쉽지만.

- 그러니까 이것을 그님의 가슴팍에 파~악 앵겨드렸다 가 마셔.

개찰구로 다가가는 걸음에 여자가 그런다.

마셔도 되는거쥐??

흘기는 그 쌍커풀 없는 눈매가 참 곱다.

누구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엔, 사심없이 그저 좋아 한다는 것엔, 어떤 장식도 달지 않은 채 단지 좋아한다 는 것엔 거짓이 없어 좋다. 깔끔해서 좋다.

만남 - 두 번째.

출발전에 메시지를 남기긴 했는데, 그래도 불안타. 정 말 보고 싶은데, 정말 오랜만인데, 정말 모처럼의 기횐 데 못뵈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다.

없기만 해 봐~! 미리 두 눈을 두~웅그렇게 뜨곤 출구로 걸어 갔다.

첫눈에 누구누구가 보였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눈 앞 에 어른거려도 '좋은' 사람은 금새 띈다. 양 옆에 멀뚱 이 서 있는 그 둘의 얼굴이 한 눈에 가득 찬다. 자꾸만 입이 벌어져 암말도 나오질 않는다.

- 둘이 몰라?

머쓱하게 마주 서서는 긴가민가하는 그 둘을 인사시키 고 부지런히 터미널로 향했다. 걷는 동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함께하는 아주 짧은 시간 그 흔한 인사말도 없이,

'늘'이였던 것처럼 그렇게 능청스러워... 그래서.

버스 출발하기 전까지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 다. 별 말도 없이, 가끔씩 마주보며 웃기도 하고, 어쩌 다 하는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이 깔깔 꺄르르... 곧 올 헤어짐이 그렇게 아쉽지도 않다. - 만났으므로.

- 누구누구에게 내가 주더라고 꼭 얘기 해.

입석임에도 불구하고 운좋게 전화기자리를 차지하곤 룰루랄라 짐을 올리는데, 누구가 막걸리 봉지를 건네며 그랬다. 복 많은 누구누구들... 수틀리면 가다가 다 마 셔뿐질거라고 궁시렁거리며 팔공산서 직접 공수했다는 그걸 한켠에 조심스레 내려 놓았다.

누구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엔 긴 말이 필요없어 좋 다. 꾸밀 필요가 없어 좋다. 동안의 그 시간과 거리가 느껴지지 않아 좋다. 단지 보면 좋다.

만남 - 세 번째.

처음 성구를 보고, 성규님 뵈고, 금숙님 보고. 누구누 구 주문대로 묵직한 포도주병 성규님 가슴팍에 파~악 앵 겨드렸다가 사정없이 다시 거둬드리고, 간만에 본 금숙님

요모조모 뜯어 보니 새삼 즐겁다.

질게 지둘리지 않아 본대가 도착하고, 누구 주문대로 -내는 정말 불붙기 쉬븐 노총각 가씸이 불안하여 몇번 이나 거절하였으나 하도 간절히 원하는 바람에-그래서 슬쩍 '희식씨' 그 뜨거븐 가심팍에 고개만 묻었는데... 히히히... 좋기는 하두만 달겨들까 겁나데.

일박지인 이현리에서 흥년님 뵈고. 골목위 폐교에 텐 트 치고. 아주 늦은 저녁 먹고. 닭똥집에 소주 한잔 걸 치니, 처음의 그 '여고괴담2' 같던 으스스한 느낌이 덜 해졌다. 그래서 용감하게 불도 없이 혼자 뒷곁으로 걸어 가 볼일도 봤다. 정말 하나도 안무서웠다.

닭똥집 집는 손길들이 뜸해질 즈음 성구가 후라이팬에 집게에 가위에 또 기타 도구들을 꺼내더니 곱창이란걸 구웠다. 모두들 그것들을 '공식도구화'하자고 했다. 성 구가 함박 웃었다. 집에서 두들겨 맞아가며 '뚱쳐온' 보 람이... 감개가 무량했던 모양이다.

새벽 4시가 되자 희식씨가 일행을 깨웠다. 참말로 책 임감 하나는 '학!씰'한 사람이다. 그 신새벽에... -아마

자도 몬했을거야. 시계 보니라고. 그나마 일찍 잠자리에 든 어린이들은 조금은 투털거렸을망정 고분고분 밖으로 나와 밥이란 걸 했다. 그러나 학구열에 불타던 몇몇 어 린이들은 날새는 줄도 모르고 교실에서 '가갸거겨 -칠판 에 열씸히 적어가매'하다가 고마... 아, 고마... 밥때를 놓치고야 말았던 것이다. - 그 뜨셔야 맛있는.

어쨌거나 짐이란 걸 다 챙기고, 현장학습장으로 출발. 누구누구가 지도를 보고선 말했다. '대체로 낮은 구릉이 였어. 힘들진 않을 거 같던데...' 말그대로 이뻣다. 그 렇게 높지도 않고, 좁지도 않고, 넉넉한 폼이 포근한 그 미들 가슴팎같이... (오도도! 자꾸 왜 이런디야.) 신나게 걸었다.

쉬는 동안엔 낙엽속에 발을 묻고 베시시 웃었다. 어느 시에서처럼 이것들이 하늘에서 내린다면 어떨까... 했다. 바스락거리며 머리며 어깨며 얼굴이며 가슴 가득 안겨 든다면... 여태의 그 암울한 이미지가 바뀌어질까.

몇 개의 봉을 넘으면서 일행은 둘로 나뉘어졌다. 토끼 조와 거북이조. 어려서부터 틈틈이 동화를 탐독한 나로서는 이 경주의 결말을 화~안히 내다보고 있었기에 거북 이조에 붙었다. - 아자, 아자!

한참을 걸어도 자고 있어야할 토끼들이 보이지 않았 다. 대신 듣도보도 못한 요상한 말이 귓가에 들려왔다.

- 이쯤에서 아픈거야. 어디가 아프냐면... 음...
- 아니다. 사람들이 오면 이참엔 힘이 넘쳐나더라도 꼼짝말고 업혀가는거야. 그래그래...
- 아프니까 밥도 먹으면 안되지. 우걱주걱 먹어대면 산통 다 깨지니까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더라도 참는거 야. 그게 다 한순간이거덩... 사람들 가고나면 우리끼 리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덩가... 뭘 먹덩가... 흐... 그걸 두고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하는거지.
- 더 확실한 거 없을까... ?

토끼조가 점심을 먹고 있을 통점재를 고개 하나 앞두고 까지 정말 열심히 침을 튀겨가며 연구했다. 한 순진하는 나는 어김없이 귀가 홀깃해져서는,

- 내가 하면 안속을테니까, '구현님'이 아프다고 하세 요. 연로하신 몸으로 질고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다가 탈진 했다고 하면... 배탈이 나을까요? 음... 그래. 다 믿을꺼야! 그거 좋겠다. 그죠? 먼저 내려가서 사람들 불러 올께요. 천천히 내려오세요. 와서는 한켠에 힘없이 기대에 있다가, 모두가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설 즈음 내 손을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하는거예요. '니는 남아... 니만...~'

점심을 먹고 있는 일행에게로 흠흠, 헛기침하며 다가가 서는 '구현님이 아프대요.누가 좀 가서 부축이라도 해줘 요.'했더니 아무도 넘어오질 않았다. 웃음이 말썽이였 다. 거기다 비틀거려야할 구현님이... '니는 남아...'해 야할 구현님이 벌써 이만큼 오고 계셨다. 에휴, 하며 남 은 시간을 위하여 열심히 밥이란 걸 먹는데, 경희언니가 구현님 옆에 앉아서는 정말인줄 알고 '그건 먹지 마. 이 건 먹지 마.'했다. 나중에 걸어가면서 구현님왈

- 정말 먹도 못했네! ... 배 고프다야.

열매도 쓰다... 문득 그 생각. 낭창낭창 능선이 내다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금숙님이랑 성규님이 벌써 앞 산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 으며 동안 소리없이 갈고닦은 '축지법'으로 순간이동 비스 무리한 것을 했다. 산허리춤에서 땀구멍이 추위로 오그라 들 정도로 오래 지둘렸을 즈음 그들이 도착했다. 성규님과 금숙님은 정말 무지무지하게 놀랐다. 우리는 하두 순식간 에 일어난 일이라 못봤을거라면서 그들의 뛰는 가슴을 진 정시켜 주었다.

그 후의 시간은 제거할 폭탄도 없이 사이좋게 짝맞추어 즐겁게 걸었다. 폭신하게 밟히는 낙엽도, 맺히는 땀방울 슬며시 닦아주는 바람도, 앞뒤사람의 숨소리도... 좋았다.

좋은 시간은 갑작스레 나타난 임도에서 끝이 났다. 구현 님과 내가 근처를 탐색 내지는 흠... 히... 하산지점인 성 법령까지의 일정을 논하니라 고마... 함께였던 일행과 떨 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꼭 붙어 있었어야 하는데...

그 후에 시작된 고난이라니... 음... (절대 안웃고 있음) 짧은 길이라고 들어간 등성이가 가시 무성한 두릅밭일줄 참말로 몰랐다. 비 사이로는 막 가도 그 가시 사이로는 안되겠두만... 거기다 여러갈래 길이 터~억 나타났다. 우 리는 맥주마시듯 물을 벌컥대며 지도를 정취했다. 생각이 그래서그런가...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어쨌거나 몇 번의 실패 끝에 제 길을 찾아갔다. 그 결 과가 만족스러워 둘이서 '히히...' 거리며 자축하고 있을 즈음, 뭔가 알록달록한 것들이 저~ 위에서 어른거렸다. 순 간 느낌이 요상했지만 시간상 그럴 리가 없다고... 너무나 자신만만했기에 그냥 걸었다.

근데 그랬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토끼조의 선두였다. 이건 아까 써먹은 축지법도 안통했다. 그래도 버텼다. 완벽하게 통할 수도 있었는데. 그랬었는데... 그죠? 하산후 징그럽게 많이 남았던 고기를 또 구워먹고, 안 동으로 간다는 일행과 헤어져 성구차에 올랐다.

누구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엔 거리낌이 없어 좋다. ..때문에,하는 조건도 없이. ..에도불구하고,하는 희생도 없이 그냥 '나'또는 '너'라서 좋다. 지겹지 않아 좋다. 같은 말에 웃고 화내고 즐길 수 있어 좋다.

만남 - 네 번째

성구차에 탄 우리는 운전자에 대한 예의상 조금 수다 를 떨어주다, 이내 밀려오는 졸음에 흠뻑 젖어들었다. 그러다 차가 멈춘 느낌에 눈을 뜨니 왠 아파트앞인데...

- 내리세요. 여기가 우리집입니다~.

멍한 눈으로 목소리의 임자를 주시하니 낮에 없어진 그 흥년님이였다. 어안이 벙벙한 우리는 뻘쭘한 자세로 차에서 내려 따라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그 신혼집이였 다. - 깨소금이 사방에 깔려있는.

솜씨좋은 언니덕분에 생각도 않던 저녁을 먹고, 애기 도 보고... 울던 녀석이 내가 안아주니 금새 크게 방실 거렸다. 옹알거리며 계속 웃었다. 그러는 그 작은 고것 가슴에 꼬옥 안고 있노라니, 잠잠하던 젖가슴이 괜시리 땡기고 아픈 게... (즐때젖몸살아님!) ...그렇더라.

영천역에서 운좋게 모두 좌석표를 끊고 구미로 왔다. 그런데 금숙님과 성규님 기차가 아슬아슬하다가 시간이 지나버리자 눈치가 요상했다. 둘의 성품으로 보아 분명히 나까지 못타게 붙들고 늘어질 게 틀림없어, 슬금슬금 그 둘을 피해서 역으로 들어갔다. 근데... 우와.

- 빨리 타세요! 아직 있어요~~~!!

보내 놓으니 시원했다. 흐...~

누구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엔 끝이 없어 좋다. 유통기 한도 유효기간도 없어 좋다. 마음껏 좋아해도 탈 날 염려 가 없어 참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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